피노키오의 긴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주인은 온몸이 오싹해지고 팔에 소름이 돋았다.
“으… 오늘부터는 생선 절대 안 먹어야겠다.
송어나 대구 배를 갈랐는데 안에서 당나귀 꼬리라도 툭 튀어나오면…
끔찍해서 평생 악몽 꾸겠지.”
피노키오는 킥킥 웃으며 대꾸했다.
“그럴 만해요.
아무튼 제 몸을 감싸고 있던 당나귀 가죽이 몽땅 뜯겨 나가자
결국 남은 건 뼈대뿐이었죠.
물론 정확히 말하면 뼈대가 아니라 금속이지만요.
보다시피 전 아주 단단한 합금으로 만들어졌거든요.
물고기들도 처음엔 덥석덥석 물어뜯다가,
너무 딱딱하니까 이빨이 부러질까 겁났는지
퉤퉤 뱉고는 쏜살같이 도망갔어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요.
그래서 주인님이 밧줄을 당겼을 때,
죽은 당나귀 대신 로봇인 제가 올라온 거랍니다.”
주인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이 벌게지더니 버럭 소리쳤다.
“그만해라! 난 널 사느라 코인을 두 개나 썼단 말이다!
그 돈을 꼭 받아 내야겠다. 내가 뭘 할 줄 아냐?
널 다시 시장으로 끌고 가서 팔아 버릴 거다!”
피노키오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좋을 대로 하세요. 전 상관없어요.”
그 말을 남기고는 휙 몸을 날려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물보라가 하얗게 튀고, 피노키오는 가볍게 물살을 가르며 신나게 헤엄쳤다.
그러면서 뒤를 돌아 불쌍한 주인을 향해 장난스럽게 소리쳤다.
“안녕히 계세요, 주인님! 북 만들 가죽이 필요하면 절 꼭 기억하세요!”
멀리멀리 헤엄쳐 가던 피노키오는 잠시 멈춰 뒤돌아보더니
이번엔 더 큰 소리로 외쳤다.
“안녕히 계세요, 주인님! 코인 두 개가 필요하면 절 꼭 기억하세요!”
그 목소리는 물결을 타고 울려 퍼졌고,
피노키오의 웃음소리가 바다 위로 반짝이며 퍼져 나갔다.
눈 깜빡하는 순간,
피노키오는 점점 멀어져 바다 위에서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
가끔 팔이나 다리를 들어 올리거나,
마치 신난 돌고래처럼 몸을 솟구칠 때만 검은 점처럼 언뜻 보일 뿐이었다.
햇살은 수면을 뚫고 내려와 파도 위에서 수천 개의 별처럼 반짝였다.
피노키오는 그 빛 속에서 자유롭게 팔과 다리를 휘저으며
숨 쉬는 것조차 잊고 바다와 하나가 된 듯 헤엄쳤다.
그때 피노키오의 눈앞에 하얀 대리석 같은 바위가 나타났다.
바위 위에는 예쁜 염소 한 마리가 가까이 오라는 듯 “메에~”하고 울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상한 건 염소의 털이 보통 염소들처럼
흰색이나 검은색, 아니면 두 색깔이 섞인 색이 아니라 파란색이라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공주 엄마의 머리카락을 떠올리게 하는 아주 눈부신 파란색이었다.
피노키오는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피노키오는 두 배로 힘을 내 하얀 바위 쪽으로 헤엄쳤다.
그런데 거의 반쯤 갔을 때, 바닷속에서 묵직한 진동이 느껴졌다.
피노키오는 순간 헤엄을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숨이 멎을 뻔했다.
물속에서 검은색의 거대한 바다 괴물이 나타나
수면을 흔들며 천천히 피노키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물결이 갈라지고, 바다가 숨을 죽였다.
피노키오는 도망치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괴물의 입은 동굴처럼 크게 벌어졌고,
세 줄로 난 뾰족한 이빨은 보기만 해도 온몸이 굳어버릴 만큼 끔찍했다.
그 괴물은 바다의 지배자, ‘물고기와 어부들의 대마왕’이라 불리던 고래였다.
피노키오는 공포에 질려 발버둥 쳤지만,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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