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아래 서서
오도 가도 못하는 아이에게 길을 물었다.
따뜻한 커피가 있고,
빵 굽는 냄새가 흘러나오는 곳,
잠시 숨을 내려놓아도 되는 곳을 찾는다.
혹시 네가 아느냐?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손가락을 들어
차가운 땅바닥을 가리켰다.
이유를 알 수 없어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이에게는 눈이 없었다.
나는 그곳을 떠나
네온이 번쩍이는 커다란 건물 앞에 섰다.
계단 위에 힘겹게 몸을 기대고 앉아 있는
경비원에게 다가갔다.
잠시 씻고,
몸을 누일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습니다.
혹시 어디인지 아십니까?
그는 아무 말 없이
손가락으로 도로를 가리켰다.
눈먼 차들이
쉼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나는 참지 못하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에게도 눈이 없었다.
나는 나에게 물었다.
네가 찾는 것은 무엇인가?
살아 있는 자들의 무덤인가?
길을 잃은 자들이 모여드는,
눈 없는 얼굴들의 낯선 광장인가?
나는 땅을 발로 툭툭 찼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를 향해 걷습니다.
처음엔 분명 목적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걸을수록 흐려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 생각 없이 발을 옮기고 있을 뿐입니다.
거창한 건 없습니다.
쉴 수 있는 곳, 반겨주는 얼굴,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어도 되는 자리를 찾을 뿐입니다.
그런데 길을 물을 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초점 잃은 시선,
눈 없는 얼굴들,
공허한 응답뿐입니다.
혹시 우리가 찾는 그곳은
살아 있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곳은 아닐까.
그래서 아무리 걸어도
닿지 못하는 건 아닐까.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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