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구독자 5만 명이야!

"배꼽 잡는 동네 아줌마 SNS 도전기"

by 이진무

“어머, 이 떡볶이 진짜 맛있다!”

동네 아줌마 멤버들이 분식집에 모였다.

고 여사(길자), 변성자, 그리고 해진이.

셋이 떡볶이와 순대를 시켜놓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나저나 요새 날씨가 왜 이렇게 춥지?”

해진이 말하는 순간,

무슨 생각이 났는지,

성자가 갑자기 포크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길자야.”

“왜?”

“그런데 전에 들고 다니던 에르메스 짝퉁 버렸냐?

요새 안 매고 다니던데?”

고 여사는 떡볶이를 먹다가 하마터면 뿜을 뻔했다.

“크흠! 크흠! 뭐, 뭐라고?”

“에르메스 짝퉁. 그거 어디 갔냐고.”

고 여사의 얼굴이 빨개졌다.

“뭐야? 그 얘긴 지금 왜 꺼내는 거야?

너 지금 나 망신 주려고 작정했어?”

“망신? 사실이잖아.

남대문에서 3만 원 주고 산 거.”

고 여사는 젓가락을 탁 내려놓았다.

“너야말로!”

“뭐?”

“카드론 빚 다 갚았냐?

구두 산다고 카드론 받았잖아?”

성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뭐, 뭐야? 어디서 음해를 해?”

“음해?”

고 여사는 비웃었다.

“해진이도 같이 봤는데. 해진아, 너도 봤지?”

고 여사가 해진이를 돌아봤다.

해진이는 떡볶이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어… 나는…”

성자가 해진이를 노려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해진아. 넌 뭘 봤는데?”

해진은 겁을 먹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고 여사는 소리쳤다.

“야! 이제 협박까지 하니?

눈은 쭉 찢어져서 못생긴 게!”

“뭐?”

성자가 벌떡 일어났다.

“주먹을 쥔다고 다 죄가 되는 건 아니야!”

“아이고, 무식한 년.”

고 여사도 일어서며 맞받아쳤다.

“그걸 협박죄라고 하는 거야. 뇌가 안 돌아가지?

너는 두뇌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

성자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펄펄 뛰었다.

그 모습은 꼭 고릴라가 성을 내는 모습 같았다.

고 여사는 그 모습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야, 네 얼굴을 보니 알겠다.

너는 두뇌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진화에 문제가 있었어. 여기 마늘 좀 많이 먹어.”

“뭐어어어?”

성자는 더욱 펄펄 뛰었다.

분식집 주인이 놀라 뛰어왔다.

“아니,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하지만 성자는 듣지 않았다.

“고길자! 너 진짜 죽었어!”

“오, 무섭네.”

“내가 누군지 알아?”

“누군데?”

“내가 구독자 5만 명 보유자야!”

“뭐?”

“SNS에서 나 꽤 유명해! 어디서 까불어.

내가 SNS에 입을 털면

너는 그냥 사회에서 매장되는 거야!”


고여사 떡볶이.jpeg


고 여사는 입을 꾹 닫고 곧장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미영아!”

“네, 사장님?”

“SNS가 뭐야?”

미영은 라면을 정리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SNS는 왜요?”

“그냥! 빨리 말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등등.”

“그거 나도 할 수 있어?”

“당연하죠. 근데 왜요?”

고 여사는 이를 갈았다.

“성자 그년이 구독자 5만 명이래. 나도 해야겠어.”

“아…”

미영은 한숨을 쉬었다.

‘또 시작이네.’

“사장님, 근데 5만 명은 진짜 힘든데요.

보통 사람들은 몇백 명도…”

“닥쳐! 나도 할 수 있어! 가르쳐줘!”

30분 후.

고 여사는 미영의 도움으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아이디: @gilza_convenience_queen

프로필 사진: 편의점 앞에서 찍은 셀카 (손가락으로 V)

소개 “27년 경력 편의점 사장 / 정의의 걸레 보유자”]

“좋아! 이제 뭐 올려?”

“사장님, 보통 사람들은 예쁜 음식 사진이나, 여행 사진이나…”

“음식?”

고 여사는 편의점을 둘러봤다.

“저기 삼각김밥 찍을까?”

“그것보단 고양이 명석의 사진이 나을 것 같아요.”

“오! 좋은 생각이다!”

고 여사는 명석을 찾아 나섰다.

“명석 씨~ 이리 와~”

명석은 카운터 밑에서 자고 있었다.

찰칵!

고 여사가 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 명석은 완전히 뒤집어져서

배를 드러낸 채 자고 있었다.

“완벽해!”

미영은 고개를 저었다.

게시글 “우리 명석 #고양이 #편의점 고양이 #귀여워”

업로드!

“좋아! 이제 구독자가 막 늘어나는 거지?”

“사장님… 그게 그렇게 쉽게 안 돼요…”


고여사 SNS.jpeg


일주일 후.

고 여사는 핸드폰을 보며 좌절했다.

팔로워 5명

“뭐야? 겨우 5명?”

미영이 위로했다.

“사장님, 처음엔 다 그래요. 꾸준히 하시면…”

“5명이면 누구야?”

미영이 확인했다.

“어… 저랑, 사장님 아드님, 며느리, 그리고 택배 아저씨 두 분이요.”

“택배는 왜 팔로우를 해?”

“모르겠어요.”


또 일주일 후.

팔로워 8명

“겨우 3명 늘었어! 이게 뭐야!”

고 여사는 급기야 미친 짓을 했다.

시장에 갔다.

“김 사장! 야!”

“어, 고 여사. 왜?”

“핸드폰 꺼내봐.”

“왜?”

“빨리!”

김 사장이 핸드폰을 꺼내자, 고 여사가 낚아챘다.

“야! 뭐 하는 거야!”

“가만있어!”

고 여사는 인스타그램 앱을 깔고,

로그인시키고, 자신을 팔로우했다.

“좋아! 다음!”

그렇게 일주일 동안.

고 여사는 시장 상인들, 교회 친구들, 편의점 단골들,

심지어 지나가는 동네 주민들까지 쫓아다니며 구독을 강요했다.

“구독자 검색해서 가입 안 돼 있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협박. 강요. 회유. 심지어 뇌물. (삼각김밥 한 개)

그렇게 해서 팔로워 103명

“휴… 겨우 100명 넘었네.”

고 여사는 한숨을 쉬었다.

“성자는 5만이라며? 이래서 언제 5만이 넘어…”

순간 고 여사는 의심이 들었다.

“성자는 나랑 별반 다를 게 없잖아. 그런데 어떻게 5만이 넘지?”


고여사 강요.jpeg


그날 저녁.

고 여사는 우연히 성자와 동네 카페에서 마주쳤다.

“어머, 길자.”

“어, 성자.”

둘은 어색하게 앉았다.

그리고 성자가 화장실을 간 사이.

고 여사의 눈이 테이블 위 성자의 핸드폰을 향했다.

“잠깐만… 진짜 5만이 맞나?”

슬쩍, 고 여사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다행히 잠금이 안 돼 있었다.

딸깍-

인스타그램 앱 실행.

그리고.

“뭐야!”

고 여사의 눈이 커졌다.

팔로워 97명

고 여사는 재빨리 핸드폰을 원위치시켰다.

변성자가 돌아왔다.

“뭐 해?”

“아니, 아무것도.”

고 여사는 속으로 웃었다.


고여사 발견.jpeg


다음 날.

동네 아줌마들이 또 모였다.

변성자가 으스댔다.

“에휴, 요새 SNS 관리하느라 바빠 죽겠어.

팔로워가 5만이 넘으니까…”

고 여사가 끼어들었다.

“성자야.”

“왜?”

“너 구독자 수 97명이지?”

“...뭐?”

변성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97명. 맞지?”

“너, 너 어떻게…”

고 여사는 비웃었다.

“싸가지가 없으려니까,

구독자 수도 IMF 터진 97년이랑 딱 맞아떨어지냐?”

“이, 이 년이!”

변성자가 벌떡 일어났다.

얼굴이 도 고릴라처럼 우그러졌다.

“언제 진화가 되려나!”

성자는 가방을 집어 들고 밖으로 나갔다.


고여사 말다툼.png


그날 밤, 고 여사는 새로운 게시물을 올렸다.

프로필 수정.

[소개 “27년 경력 편의점 사장 / 정의의 걸레 보유자 /

팔로워 103명 (강제 구독 포함)/

친구 성자는 97명/봇 빼면 70명도 안 됨”]

고 여사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좋아. 이제 200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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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길자 여사의 배꼽 빠지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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