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더러운 걸로 맞아야 해

"스토커 vs 편의점 사장 고 여사의 전설적인 대결"

by 이진무

“사장님! 사장님!”

편의점 문이 와장창 소리를 내며 열렸다.

미영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있었다.

고 여사는 삼각김밥 유통기한을 확인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왜 그래? 복권 당첨됐어?”

“누가… 헥헥… 자꾸 쫓아와요!”

“뭐? 누가?”

고 여사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편의점을 27년간 운영하며 온갖 진상들을 다 상대해 본 그녀였다.

외상 떼이기, 술 취한 손님, 심지어 라면 국물에 얼굴 담그는 취객까지.

하지만 그녀의 직원을 건드리는 것만큼은 용서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미영은 그녀의 소중한 자산이었으니까.


미영의 긴급대피.jpeg


고 여사는 문을 박차고 나갔다.

“어디 이 할매 앞에서 개수작이야!”

그녀의 눈에 회색 점퍼를 입은 사내의 뒷모습이 포착됐다.

휙-

그 순간 사내가 골목 모퉁이로 사라졌다.

“섰거라!”

고 여사가 달렸다.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였지만,

매일 아침 동네를 파워워킹하는 그녀의 다리는 젊은이 못지않았다.

타다다닥-

편의점 슬리퍼를 신고 전력 질주.

하지만 그 사내가 더 빨랐다.

마치 바람처럼 골목을 휘휘 돌아 사라졌다.


고여사 추격.jpeg


고 여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편의점으로 돌아왔다.

“헥헥… 와, 그놈 잽싸네. 육상선수야, 뭐야?”

미영은 감동 어린 눈으로 고 여사를 바라봤다.

“사장님… 저 때문에 뛰기도 하시고… 흑…”

“에이, 고맙긴 뭘. 근데 아는 놈이야?”

“모르겠어요.”

“전에 너 좋다고 꽃다발 들고 쫓아다니던 병수 아냐?”

“내가 걔를 몰라보겠어요. 게다가 걔는 지금 군대 갔어요.”

“그럼, 누구지?”

고 여사의 눈이 가늘어졌다.

‘감히 내 미영이를…’


사흘이 지났다. 미영은 여전히 불안해했다.

“사장님, 오늘도 그 사람 본 것 같아요.”

“어디서?”

“저기… 버스정류장 뒤에…”

고 여사는 편의점 유리창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밖을 살폈다.

버스정류장 뒤편, 신문을 펴 들고 있는 수상한 남자가 보였다.

정확히는 신문 사이로 편의점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 자식이?’

고 여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고 여사는 편의점 쓰레기통을 보았다.

쓰레기통에는 국물이 흐르는 컵라면, 먹다 남은 도시락. 코 푼 휴지 등이 있었다.

고 여사는 쓰레기통을 번쩍 들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

타타타닥-!

환갑 할머니의 전력 질주.

신문 뒤에 숨어있던 사내가 놀라 신문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늦었다.

쾅-!

고 여사가 쓰레기통을 사내의 머리에 정확히 덮어씌웠다.


고여사 쓰레기통.jpeg


“우와악!”

“어디서, 우리 미영이를 스토킹해!”

“으악! 뭐, 뭐예요!”

사내가 쓰레기통을 벗으려 발버둥 쳤다.

하지만 고 여사는 이미 다음 무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편의점 청소용 걸레. 그것도 3일 동안 안 빤, 시커먼 그 걸레.

“받아라!”

퍽-! 퍽-! 퍽퍽퍽-!

“으악! 아이고! 여사 님! 걸레로 사람을 때리면 어떡합니까!”

“닥쳐! 넌 더러운 거로 맞아야 해!”

“냄새가… 으윽… 이게 무슨 냄새예요!”

“라면 국물, 담배꽁초 우린 물,

그리고 어제 엎질러진 바나나우유가 섞인 예술의 향기다!”

퍽퍽퍽-!

“항복! 항복합니다!”

사내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고여사 대걸레.jpeg


고 여사는 걸레를 어깨에 걸치고 의기양양하게 물었다.

“불어라. 넌 누구냐!”

“저, 저는… 탐정입니다…”

“탐정? 탐정이 왜 우리 미영이를 쫓아다녀?”

“그게… 의뢰인이…”

“의뢰인이 누군데!”

고 여사가 걸레를 다시 들어 올렸다.

“아악! 말씀드릴게요! 박 원장님의 여자친구 어머님이십니다!”

“뭐?”

“박 원장님 뒷조사 중인데… 미영 씨가 조사 대상에 올라가 있어서…”

고 여사는 걸레를 내렸다.

“박 원장? 우리 동네 그 박 원장?”

“네…”

고 여사는 편의점으로 돌아왔다.

미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사장님… 뭐래요?”

“박 원장 여자 친구 엄마가 박 원장 뒷조사 한 거래. 근데 왜 너를 조사하지?”

고 여사가 미영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혹시?”

“아녜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며칠 후.

딸랑- 편의점 문이 열렸다.

들어온 사람은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점잖게 차려입은 여성이었다.

명품 핸드백에 진주 목걸이. 머리는 깔끔하게 파마를 했고,

립스틱은 정확히 입술 라인을 따라 발라져 있었다.

고 여사는 속으로 생각했다.

‘오, 부잣집 아줌마네.’

그 여성이 카운터로 다가왔다.

“미영 씨가 누구지?”

미영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전데요?”

여성은 미영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귀엽게 생기긴 했군. 너, 박 원장이랑 사귀니?”

“네?”

미영의 얼굴이 빨개졌다.

“이, 이 아줌마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아줌마? 나 사모님이야, 사모님.”

여성이 핸드백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탁 내밀었다.

“그럼, 여기에 지장 찍어.”

“이게 뭔데요?”

미영이 종이를 받아 들고 읽기 시작했다.

“나는 박 원장과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확약한다.

만약 향후라도 관계가 생긴다면,

벌금 5천만 원과 형사적 책임까지 감수할 것을 서약한다?”

미영의 눈이 동그래졌다.

“5천만 원이요? 형사처벌이요? 이게 대체 무슨…”

“그냥 지장 찍어. 우리 딸이 박 원장이랑 결혼할 거거든.

너 같은 애들이 끼어들면 안 돼.”

그 순간, 고 여사가 조용히 청소도구함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더러운 걸레를 집어 들었다.

아직도 3일 전의 향기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전설의 걸레.


고여사 점잖은 괴물.jpeg


고 여사의 눈빛이 번뜩였다.

“너도 더러운 걸로 좀 맞아야겠어!”

“네?”

여성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퍽-!

“으악!”

여성의 얼굴에 걸레가 ‘착’하고 달라붙었다.

“이, 이게 무슨 짓이에요!”

“뭐? 5천만 원? 형사처벌?”

퍽퍽퍽-!

“으윽! 이거 무슨 냄새예요?”

“예술이야! 예술! 여기에 이번엔 된장찌개 국물도 추가됐어!”

“꺄악!”

고 여사가 걸레를 마구 휘두르자, 그 여자는 걸음아 너 살려라 도망갔다.


그날 저녁.

딸랑- 문이 열리고 박 원장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고 여사님. 오늘도 컵라면…”

박 원장이 말을 멈췄다. 고 여사가 걸레를 들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박 원장.”

“네?”

“컵라면 그만 먹어. 건강에 안 좋아.”

“아!”

“그리고 여자 친구 엄마 좀 단속해. 다음엔 대걸레야.”

박 원장은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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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길자 여사의 배꼽 빠지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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