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90도… 이게 맞아?”
박 여사가 포상을 받았다고?
배 아픈 고 여사의 좌충우돌 포상 작전!
새벽 봉사부터 회장님 갈비탕 공세까지.
그런데 시상식에서 허리를 90도로 꺾는 굴욕이?
웃다가 배꼽 빠지는 고 여사의 진짜 이야기.
고 여사는 어느 날 아침,
그녀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뉴스를 접했다.
박 여사가 행정복지센터에서 포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박 여사가? 그 박 여사가?
모임에는 코빼기도 안 비치면서 만나면,
“저는 요즘 너무 바빠서요~”를 입에 달고 사는 그 박 여사가?
고 여사는 식탁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다
컵을 내려놓았다. 탁.
“김치 몇 포기 나눠줬다고 포상이야?
그러면 우리 집 냉장고는 국가 유공자감이네.”
고 여사의 뱃속이 조용히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날 밤, 고 여사는 결심했다.
나도 받는다. 반드시.
이튿날부터 고 여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아침 6시. 동네 골목.
평소라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시간이었다.
그런데 고 여사는 형광 조끼를 입고 집게를 들고 나타났다.
동네 길냥이들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마침, 지나가는 주민이 있었다.
고 여사는 기다렸다는 듯
쓰레기를 집어 들며 우렁차게 외쳤다.
“이런 건 내가 치워야지! 우리 동네는 내가 지킨다!!”
주민이 깜짝 놀라 뒤돌아봤다.
고 여사는 뿌듯한 표정으로 집게를 번쩍 들었다.
집에 돌아와 SNS에 올렸다.
‘오늘도 우리 마을을 위해 새벽부터 봉사했습니다.
� #마을지킴이 #새벽봉사 #고여사 오늘도 달린다’
댓글이 달렸다.
“어머, 대단하세요~!”
“고 여사 님, 짱!”
“혹시… 저 쓰레기 어제 여사 님이 버리신 거 아닌가요?”
마지막 댓글은 조용히 삭제했다.
주민자치회 김 회장은
요즘 들어 이상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고 여사가 절대 하지 않던 행동을 하는 것이다.
월요일에 갈비탕을 사주고,
수요일에는 과일 바구니를 들고 왔다.
금요일에는 또 갈비탕을 사줬다.
“회장님, 제가 요즘 동네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 아시죠?”
고 여사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김 회장은 갈비 한 대를 뜯으며 생각했다.
‘아, 이분이 포상을 노리고 계시는구나.’
이미 세 번째 갈비탕이었다.
모른 척하기엔 위장이 너무 많이 협조하고 있었다.
“고 여사님, 열심히 하시는 거 다 알죠.”
“그렇죠? 제가 이 동네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네네, 알아요.”
“박 여사보다는 훨씬—”
“네, 그것도 알아요.”
“그럼 혹시 추천서를—”
“…갈비탕 한 그릇 더 시켜도 될까요?”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왔다.
‘행정복지센터 명예 홍보대사상’
고 여사는 그 여섯 글자를 읽고 또 읽었다.
명예 홍보대사상.
박 여사의 ‘모범 주민 표창’보다 길었다.
글자가 더 많으면 더 좋은 것이다. 분명히.
포상식 날, 고 여사는 미용실에서 두 시간을 보냈다.
“원장님, 오늘 제가 상을 받아요.”
“어머, 축하해요! 어떻게 해드릴까요?”
“아주 젊어 보이게 해주세요.”
미용사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했다.
“…최선을 다해볼게요.”
행정복지센터 강당.
현수막이 걸리고 주민들이 삼삼오오 앉았다.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은 우리 마을의 큰 어른, 고 여사님께서
그간의 봉사와 헌신으로 표창을 받으십니다!”
박수가 쏟아졌다.
고 여사는 수줍은 듯 미소를 지으며 단상으로 올라갔다.
구청장이 표창장을 들고 서 있었다.
고 여사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단상을 향해 카메라를 든 사진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들었다.
“저기, 잠깐만요.”
고 여사가 멈췄다.
“고 여사 님, 허리를 좀 더 숙여주실 수 있나요?”
“…왜요?”
사진사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사진을 찍으면요…”
“찍으면?”
“여사 님 얼굴 때문에
여사 님이 상을 주시는 것처럼 보여요.”
강당이 조용해졌다.
어딘가에서 누군가 웃음을 참느라 콧숨을 들이켰다.
“내 얼굴이 왜요?!”
“구청장님은 젊으시고…
여사님은 좀… 연륜이 있으시다 보니…”
연륜. 그 단어가 공중에 둥둥 떴다가
고 여사의 미간 위에 떨어졌다.
연륜이라고 했지만 들리는 건 ‘쭈그렁’이었다.
고 여사는 이를 꽉 깨물었다.
하지만 상은 받아야 했다.
고 여사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 정도면 됐나요?”
“조금 더요.”
“됐어요?”
사진사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미안합니다. 고개 말고 허리를 굽혀주세요.”
고 여사는 허리를 굽혔다.
“됐어요?”
“조금 더요.”
“이제는요?”
“조금 더… 더… 더…”
강당에 있던 주민들이 숨을 참기 시작했다.
앞줄에 앉은 박 여사는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뒷줄 누군가의 어깨가 심상찮게 들썩였다.
고 여사의 허리는 서서히, 아주 천천히,
역사적으로 내려갔다.
30도. 45도. 60도. 75도.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사가 셔터를 눌렀다. 찰칵.
90도.
대한민국 육십 평생,
고 여사가 그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았던 허리가,
생애 처음으로 직각을 이뤘다.
강당이 터졌다.
“푸핫—”
“하하하하!”
“어머 어머 어머!”
일주일 후.
행정복지센터 소식지 ‘동네 한 바퀴’가 배달되었다.
고 여사는 설레는 마음으로 펼쳤다.
3면. 포상식 현장 사진.
구청장은 표창장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카메라를 향해 정면으로.
그리고 그 앞에.
허리를 90도로 꺾은 채, 얼굴은 바닥을 향하고,
뒤통수만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고 여사의 얼굴이 서서히 빨개졌다.
휴대폰이 울렸다. 박 여사였다.
“고 여사님~ 신문 봤어요? 사진이 너무 겸손하게 나왔더라~
역시 고 여사님은 뭔가 달라~”
고 여사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바로 표창장을 액자에 넣어
편의점 계산대 뒷면에 걸었다.
‘행정복지센터 명예 홍보대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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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서는 ‘너는 나에게 신뢰를 잃었어’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