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하늘의 것이 아니다

by 이진무

야산의 나무와 풀이

어스름한 자취를 드러낸다.

청아한 바람 소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으니

꿈속을 걷는 것만 같다.


별빛이 살며시 기억을 들춘다.

나는 호롱불 앞에 앉아

책 읽는 아이처럼 추억의 장을 넘긴다.


어머니가 수수깡 같은 손가락으로 짚어주던

내 고향, 나의 별.


참을 수 없는 그리움에

마당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보지만,

별을 찾는 시선은

눈물에 덮여 뿌옇게 흐려진다.


별아, 내게로 오렴.

어머니를 부르듯 간절히 불러 본다.

별은 반짝이며 쏟아질 듯 아우성친다.

그러나 땅으로 내려와 안기지 못하고

하늘에 붙들려 몸부림친다.


하늘아, 이제 별을 놓아주렴.

별은 하늘에 있지만, 하늘의 것이 아니다.

꿈꾸듯 그리워하며

새벽을 맞이하는 이들의 것이다.


안반데기 별.jpeg


오래전에 강원도 안반데기 마을에 갔었습니다.

고랭지 채소밭이 초록 물결을 이루고, 밤이면 별빛이 쏟아지는 곳.

그날 밤, 나는 환각에 가까운 경험을 했습니다.

쏟아지는 별빛 속에서 온갖 추억이 살아났습니다.

별 하나하나에 사람들의 얼굴이 송골송골 맺혀있었습니다.

손짓하면 달려올 듯, 부르면 대답할 듯, 그렇게 가까이 있었습니다.

문득 전방에서 보초 서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별이 쏟아질 듯했습니다.

얼마나 집이 그리웠던지, 별빛 속에는 온통 고향의 모습이 어려 있었습니다.

아득한 산자락. 아버지가 일구던 밭.

연기가 피어오르던 부엌. 그리고 어머니의 얼굴.

새벽 여명이 밝아오면서 그 모든 게 사라졌습니다.

고향도, 어머니의 얼굴도.


낙담한 채 부대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세상에!

풀잎 끝에 맺힌 이슬에서 다시 어머니의 얼굴을 발견했습니다.

작고 둥근 이슬방울 속에, 어머니가 계셨습니다.

별이 내려와 이슬이 된 걸까요?


이슬과 병사.jpeg


가만히 보면 세상에는 놀라운 것들이 많습니다.

사람도, 물건도, 심지어 풀잎 하나도 나의 삶과 연결되어 감동을 줍니다.

그래서 나는 하늘에게 외칩니다.

이제 그만 별을 놓아주렴.

별은 하늘에 있지만, 네 것이 아니다.

밤마다 고개를 들어 추억을 불러내는 이들,

새벽을 기다리며 별을 세는 이들,

눈물로 별을 바라보며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의 것이다.

기도하는 소녀.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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