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그녀가 웃고 있었다.
낡은 옷과 거북한 향수 냄새
조금 창백한 얼굴과 거친 손
아침 햇살처럼 반짝이던 모습은 아니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뛰어다니며
밥을 사달라던 호기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내가 선물한 목걸이는
추억에 매달려 힘없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멀리서 지하철이 달려오고
출입문이 열릴 때까지
무엇을 기다리는지 망설이던 그녀는
씁쓸하게 웃으며 기차를 탔다.
나는 결정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몇 번이나 이별하고 돌아섰다.
무언가 소중한 것을 놓친듯하여
몇 차례 기차를 흘려보내고
종각역을 거슬러 올라간다.
옛날, 종각역에서 죽도록 사랑했던 여자 친구를 만났습니다.
밝고 빛나던 얼굴은 퇴색해 있었습니다.
세상살이에 지친 모습이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헤어졌는지는 기억에 희미합니다.
그녀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달싹였지만,
끝내 소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건 그때 내가 선물한 목걸이입니다.
아직도 그녀의 목에 걸려있었습니다.
그녀는 쓸쓸하게 손을 흔들며 전철을 탔습니다.
나는 쫓아가려다 걸음을 멈췄습니다.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바보라고, 멍청이라고 욕해도 할 말은 없습니다.
왜 그렇게 가슴이 아리고 목이 메는지…
나는 그날 밤새 술을 먹었습니다.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느껴진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