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앤 바에즈의 목소리 ― 슬픔의 맑은 음색
정원 식탁에 포도주 향기가 감돌고
하늘에 하나둘씩 별이 떠오를 무렵이었어요.
사람들의 얼굴은 술에 취해 빨갛게 물들었죠.
나는 마음을 풀어놓고 한껏 즐겼어요.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사람이 넘치고
라틴 음악과 파도 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는 곳.
생활에 찌든 나에게 그곳은 천국이었어요.
분위기에 취해 바보처럼 웃고 있을 때
한 남자가 다가왔어요.
그는 나에게 무릎을 꿇고 장미 다발을 내밀었어요.
그는 훈훈한 미소와 호감을 주는 눈빛을 갖고 있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사람들을 매료시켰어요.
그는 나에게 말했어요.
이 수많은 사람 중에 오직 당신을 선택했으니
이 꽃을 받아주세요.
나는 그의 별빛 닮은 맑은 눈빛에 취해
그의 사랑을 받아들였어요.
그러나 그는 별이 사라질 무렵 어둠처럼 사라졌어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어요.
그는 나를 선택했을 뿐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어요.
나는 그저 울 뿐이에요.
바닷가 암벽 위에서 하염없이
먼바다를 바라보고 있어요.
파도는 쉴 새 없이 바위를 두드리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어요.
장미 아가씨
내가 너를 선택했으니 나에게 오라!
나는 깊은 바다를 보았어요.
한없이 깊은 평화와 안식이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뛰어들지 않았어요.
이제는 내가 선택하게 해주세요.
내 사랑은 내가 선택할 거예요.
이 시는 Joan Baez가 부른 스코틀랜드 민요 ‘Mary Hamilton’을 듣다가 감흥이 일어나서 썼습니다. 이 곡은 개사하여 양희은이 노래하기도 했어요. ‘아름다운 것들’이라는 노래 기억하시나요? 가사는 이렇게 시작하죠.
‘꽃잎 끝에 달려 있는 작은 이슬방울들
빗줄기 이들을 찾아와서 음~ 어대로 데려갈까
바람아, 너는 알고 있나 비야 네가 알고 있나…’
조앤 바에즈와 ‘Mary Hamilton’에 대해서 조금 알아볼게요.
조앤 바에즈(Joan Baez)의 노래는 언제나 한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을 어루만집니다. 그녀가 부른 'Mary Hamilton'은 단순한 민요를 넘어, 지극히 서정적인 선율로 옛 여인들의 비극을 담아냅니다. 그 속에는 마지막 순간 절규하는 한 영혼의 목소리가 애절하게 울려 퍼집니다.
1. 네 명의 메리, 그리고 한 사람의 죄
노래의 첫머리에는
“어젯밤엔 네 명의 메리가 있었지만, 오늘 밤엔 세 명뿐이야”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짧은 한 줄이지만, 이미 모든 비극을 예고합니다.
메리 해밀턴은 왕의 시녀였고, 왕의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는 세상에 받아들여지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죄인으로 몰려 감옥에 갇히고, 마지막 밤을 맞습니다.
이 노래는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고백의 독백입니다.
그녀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떠올리며,
‘내가 이렇게 죽을 줄 어머니는 아셨을까’라고 속삭이죠.
그 목소리에는 후회와 체념,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순응이 섞여 있습니다.
2. 조앤 바에즈의 목소리 ― 슬픔의 맑은 음색
Baez의 목소리는 청명해요.
그러나 그 맑음 속에는 비애의 투명함이 서려 있죠.
그녀는 절규하지 않습니다.
대신 담담하게, 마치 오래된 바람이 스코틀랜드 언덕을 스쳐 지나가듯,
잔잔한 음성으로 Mary의 슬픔을 노래합니다.
그 절제된 슬픔이야말로, 듣는 이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들어요.
한 음 한 음이 사형수의 발걸음처럼 느리게 울리고,
끝내 “see the sun no more”라는 마지막 구절에 이르면,
그 빛마저 사라진 자리에서 노래는 멈춥니다.
‘see the sun no more’는 더는 태양을 보지 못한다는 뜻으로 죽음을 암시합니다.
3. 역사 속의 여성, 이름 없는 인간의 목소리
‘Mary Hamilton’은 단지 한 시녀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아요.
왕의 권력 아래, 사회의 도덕 아래, ‘여성’이라는 이유로 죄를 짊어져야 했던 수많은 사람의 상징입니다.
그녀의 죄는 사랑이었고, 그 사랑이 죄가 되는 사회가 진정한 죄를 짓고 있었어요.
Baez는 이 오래된 전통 민요를 통해 “죄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녀의 노래는 시대를 넘어,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말합니다.
— 인간의 존엄이 법과 관습보다 먼저여야 한다고.
4. 사라지지 않는 목소리
노래가 끝난 후에도, 메리의 목소리는 한동안 귓가에 남아요.
그것은 한 여인의 절망이자, 인간의 불멸한 존엄의 잔향입니다.
Baez는 그 음성에 숨을 불어넣어,
역사의 어둠 속에서 사라진 한 존재를 다시 빛으로 끌어올립니다.
그리하여 ‘Mary Hamilton’은 단순한 발라드가 아니라,
죄의식과 연민, 그리고 생의 덧없음에 대한 영혼의 기록으로 남습니다.
오늘은 날이 몹시 꾸물꾸물합니다. 이럴 때 조앤 바에즈의 ‘Mary Hamilton’을 들어보세요. 왈칵 눈물이 쏟아질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