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름

by 이진무


처마 밑에

얼어붙은 고드름

스님은

치울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내버려 둔다.


뎅그렁!

갑자기 울리는 풍경소리

바람은 불지 않았다.

고드름만 바들바들 떨고 있을 뿐.

이것은 무슨 소리일꼬?

스님은 다 알고 있는 듯

빙긋 웃는다.


고드름은 비로소

처마를 움켜쥔 손을 놓고

물방울이 되어

맨땅에 뚝, 뚝, 떨어진다.


송광사 불일암.jpeg


송광사 불일암.

전라남도 순천 조계산 자락에 위치한 작은 암자로,

법정 스님이 수행과 집필을 이어간 곳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무소유’의 철학을 실천한 공간으로 많은 이들이 찾는 성지입니다.

하얀 겨울날 그곳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사방이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암자 처마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요.

나는 손을 호호 불며 스님이 가장 아끼던 후박나무에 손을 댔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후박나무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혹시 이 나무에 스님의 마음이 깃들어 있는 걸까요?


아래에 내가 좋아하는 법정 스님의 어록을 적어 보았습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는 일이 즐거워야 한다. 너무 긴장하지 마라. 긴장하면 탄력을 잃게 된다.”

“인생은 거듭거듭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선 자리에서, 앉은 자리에서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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