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by 이진무


따뜻한 봄

옷을 한 겹 벗어도 좋을 만큼 봄은 부드럽게 왔다.

그녀는 봄바람에 옷깃을 날리며 활짝 웃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어깨를 맞대고 걷고 있는데도 우리 사이에 싸늘한 냉기가 흘렀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그사이를 들여다보았다.

좁고 긴 틈 사이로 외로움과 슬픔, 고통이 우릴 따라서 걷고 있었다.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상처받은 듯 원망의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틈에 발을 들여놓았다.

갑자기 살을 에는 바람이 불었다.

이가 딱딱 부딪치고 외줄 위에 선 듯 몸이 떨렸다.


틈은 점점 넓어져 멀고 긴 길이 되었다.

왜 이 길이 생겼을까.

깊이 후회를 했지만 이제 돌이킬 수 없기에

길이 되어 가야 한다.


그 길은 그녀와 나 사이를 가르는 차가운 길이었다.

사랑의 찌꺼기 같은 냉기가 흐르는 길이었다.


나는 길을 건너 허연 입김을 내뿜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위로하고 싶지만, 그녀는 앞으로 갈 뿐이다.

나는 사랑이 끝날까 두려워 계속 속삭였다.

멈춰줘. 제발.


그러나 그녀는 끝내 돌아보지 않았다.

컴컴하고 고독한 곳, 그 길의 끝으로 혼자 질주했다.




연인 거리.png


둘이 오랜 시간을 함께 걷다 보면, 어느 순간 거리가 느껴집니다.

물론 가깝게, 거의 밀착해서 걷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손을 뻗으면 닿고, 숨소리까지 들리던 그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작은 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틈은 점점 넓어지고, 어느새 그곳에 또 하나의 길이 생깁니다.

차갑고 쓸쓸하고, 아주 고독한 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둘 사이에 차가운 틈을 만듭니다.

그 틈은 조금씩 벌어져 길이 되고, 어느새 더 이상 가까이 갈 수 없게 멀어집니다.

너무 넓고, 너무 추워서, 함부로 건너기 어렵게 됩니다.


물론 사람 사이에 틈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그 틈은 각자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너무 벌어지지 않도록, 냉기가 흐르지 않도록, 자주 가까이 가야 합니다.


손을 내밀고, 목소리를 건네고, 따뜻한 시선을 주고받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길은 점점 더 멀어지고,

결국 서로에게 닿을 수 없는 곳까지 가버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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