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검이라 불린 고수가 있었어. 수십 년, 산속 깊은 곳에서 뼈를 깎는 수련 끝에 무술의 경지를 터득했지. 그는 산과 산 사이를 바람처럼 날았고, 손을 한 번 휘두르면 나무들이 뿌리째 뽑혔어. 검을 휘두르면 집채만 한 바위도 두부처럼 반듯하게 갈라졌지.
사람들은 연일 천둥이 울리고 번개가 번쩍이는 것을 보며 속삭였어.
“저 산에 천하제일검이 산데.”
이제 되었다고 생각한 그는 세상으로 내려왔어. 고수들을 찾아 무술을 겨루고 싶었지. 하지만 아무도 그의 앞에 나서지 않았어. 그의 검을 당해낼 자가 없다는 소문이 온 천하에 퍼졌기 때문이야.
칼을 쓸 곳을 찾지 못한 채, 날은 점점 무뎌졌어. 그는 바위에 칼을 갈고 또 갈았지. 허무와 공허가 파도처럼 밀려왔어. 왜 뼈가 갈리는 고통을 겪으며 수련했을까! 회의가 가슴을 파고들었어. 그는 피를 토하며 노래했지.
“세상은 나를 알아주지 않고, 나를 쓰려하지도 않네.
천하제일검이라는 명성은 허울뿐, 나는 하루하루 끼니조차 때우기 어렵구나.”
어느 날, 산길을 걷다 산적 무리와 마주쳤어. 산적들은 칼을 빼 들었지만, 그의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선뜻 덤비지 못했지. 천하제일검이 온다는 소문을 들었기에, 눈앞의 사내가 바로 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그러나 그 역시 검을 뽑지 못했지.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두려움이 온몸을 짓눌렀어. 결국 그는 산적들이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 걸 물끄러미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 그런 일은 되풀이되었어. 악당을 보며 가슴에 품은 칼을 만지작거렸지만, 끝내 뽑지는 못했어.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그를 보며 속삭였어.
“천하제일의 겁쟁이!”
그는 다시 산속으로 들어갔어. 그가 머무는 산에서 연일 천둥과 번개가 치고 폭풍이 몰아쳤지.
사람들은 여전히 말했어.
“저 산에 천하제일검이 산데.”
그러나 끝내, 그는 칼을 뽑지 못했어.
‘칼은 쓰지 않고 품고만 있으면, 결국 자신을 찌르는 법.’
훗날 사람들은 산속에서 자신의 칼에 찔린 채 죽어 있는 그를 발견했어.
바람만이 그의 주검 곁을 맴돌았고, 산은 깊이 침묵했지.
¤ 여기서 칼이란 능력, 의지, 재능, 역량, 실력 등이겠지요. 자신이 가진 걸 용기 내어 꺼내지 않는다면 훗날 깊은 상처가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