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에서 시작된 나의 노란 기억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향기가 있다.
계화, 오스만투스, 금목서...
이 작은 노란 꽃들이
도시를 가만히 물들이던 향기.
예전의 나는 가을 하면 오색 단풍,
따뜻한 트렌치코트,
해가 지면 살짝 차가워지는
콧바람을 먼저 떠올렸다.
그런 계절의 분위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가을은
계화 향이 도시 곳곳에 스며 있던,
따뜻한 노란빛의 가을이다.
몇 해 전 중국 상해에서 지냈던 시간이 있다.
가을 어느 날,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세상 전체가 계화 향으로 뒤덮여 있었던 날.
그때야 비로소
‘아, 가을이 왔구나’ 하고 마음 깊이 느꼈다.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향기를 따라 천천히 달리던 길,
그 평범한 순간들이
지금은 더없이 낭만적으로 빛난다.
올해 가을,
혹시 계화가 피었을까 하는 마음으로
오랜만에 상해를 찾았다.
하지만 유독 더웠던 한 해였던 탓일까.
꽃은 피지 않았고, 녹음만 무성했다.
짙은 노랑의 향기는 만나지 못한 채,
아쉬움만 깊어졌다.
그렇게 계절은 어느새
하얀 눈이 내려앉을 시간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언젠가 다시 그 향기를 만날 수 있기를,
조용히 바라보며 계절을 건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