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 일 없던 내가, 별을 본 순간

3. 2016년 그는 그렇게 내게로 왔다.

by 달리면서

설렘이었을까? 두려움이었을까? 네가 너였으리라는 짐작도 없이 너를 만나러 가는 길, 그 길과 온도와 냄새가 한 컷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너와 나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호기심인지 의심인지 모를 그 정체를 감추고 해맑았지 아무렴.

몇 날 며칠 너는 눈씨름 기네스북 일인자인 양 내 눈을 먼저 피하는 법도 다른 곳을 보는 법도 자나 깨나 나의 눈을 응시했지. 우와 그때 너와 나는 데면데면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어색했는데 말이야. 밤에도 눈을 감지 않는 네가 나는 너무 불안했어. 그렇게 너는 내게로 왔다.

견생 4개월 차 비숑인 너는 형보다 조그마한 체구에 마구 장꾸미를 뽐내어 너를 두고는 발을 뗄 수 없어 짠돌이인 그를 설득해 너를 데려왔다.

별 볼 일 없었던 그녀와 자신도 돌봄을 받아야 하는 그와 너의 동거는 그렇게 시작되었지.

성공아, 기억하니? 네가 우리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로 기억하는데 말이야. 엄마가 새벽에 나가려고 욕실에서 씻고 나오는 순간, 네가 문 앞에서 똥그란 두 눈으로 바라보았을 때 환희와 함께 무서운 책임감이 엄습했었다. 그 감정이 무엇이었든 벅찼음은 사실이다. 그러고 나서 지금까지도 딱 한 번이었는데 엄마가 화장하는 동안 내 다리 사이에 얌전히 기다려주었던 너였다.

그날, 엄마와 너, 마음과 마음으로 대화를 나눴지.

너는 저를 지켜주세요.

엄마는 너를 지켜줄게.

지금 고백하자면 성공아, 엄마는 두려웠다 사실.

서른여덟, 정착과 안정이라고는 없는, 꿈을 좇아 찜질방이 전전하던 엄마였기에 자신 있게 말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성공아 10여 년 함께한 시간 동안, 고기, 바나나, 토마토, 양배추, 상추, 배추, 계란... 네가 좋아하는 것들 , 엄마의 언어를 이해하고 엄마가 너의 '낑낑'을, 나가자, 맛있는 것 좀 주라, 알아들을 정도는 된 걸로 만족하자.

너와 그의 공통점은 자신의 권리나 요구를 거리낌 없이 표현한다는 것이고, 엄마가 너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잠시 보류할 줄도 아는 점이란다.

성공아, 지금의 우리 집 현관 앞마당에 체리나무 두 그루 사이 할머니가 심어놓은 호박 넝쿨이 엄마 키보다도 높게 올라갔지. 부추와 청양고춧대가, 늦게 심어 올해는 먹어보지도 못한 헛 옥수수가 아직도 자라고 있지. 그 바깥쪽으로 녹색 담장을 끼고 작은 삼거리길이 너의 놀이터이자 산책로지.

멀리 가고 싶은 만큼 때때로 뛰고 걷고. 꼬리를 기분 좋게 세우고 두발 착지로 달리다가 양발로 달리다가 걷다가 저만큼 가서는 엄마가 어디쯤 따라오나 뒤를 돌아보다가, 너와 나와의 적절한 거리에서 벗어나면 아쉬운 듯 돌아오는 너를 엄마의 눈에 오늘도 담아둔다. 이젠 돌아오라고 소리치고 협박해도 어느 정도의 소신은 있는 듯 삼거리를 왔다 갔다 하는 너에게 반협박으로 들어가는 시늉을 해보고 체리나무 담장 사이로 너의 흰털, 세워진 꼬리를 훔쳐보곤 므훗한 표정으로 네가 이내 들어오기를 기다려왔단다.

돌아온 너의 발을 닦아주고 쿰쿰한 너의 발냄새를 맡으며 또 하루를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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