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진 건 나일까 날일까

by 박재휘

<무딘 칼>


요리를 할 때


날이 선 칼로 재료를 썰면

재료의 면이 예쁘게 썰리며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무딘 칼은 재료를

자르는 것이 아닌 날로 짓누르기에

재료는 짓물을 내뱉으며

오래 보관할 수 없다


날이 선 칼의 칼 날은

점점 무뎌져

날이 무딘 칼로 바뀌어간다


날이 서있던 칼이었기에

재료가 계속 손질이 되기에

나는 단지 요리를 하고 있단 사실에

재료를 썰어내는지 짓누르는지

구분하지 못한 채로


나는 오늘도 무딘 칼을 들고

요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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