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 용기의 Boundary-말하지 않을 용기

For your courage

by 목화



대학교 취업진로 심층 상담 시간에,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학생이 찾아왔다.


곧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은
준비한 것만큼이나
구체적인 질문을 쏟아냈다.


면접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는 “면접은 결국 대화”라는 말과 함께,
상대의 말에 담긴 뉘앙스를 잘 읽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은
조금 더 진중한 경험을 묻는 경향이 있다.


반면,
“최근에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팀 프로젝트, 공모전, 갈등 등
조금은 가벼운 경험이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학생이 갑자기 말문을 닫더니,
눈길을 피하며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을 말할 때…
범죄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순간, 나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애써 침착하게,
“혹시… 피해자였나요? 아니면 가해자였나요?”
라고 물었다.


학생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피해자예요…”


그리고 아주 조심스레,
그동안 겪었던 중대한 범죄 피해를 털어놓았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은 완전히 하얘졌다.

취업진로 상담시간에
나오리라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내 침묵이 학생을 더 힘들게 할 것 같아,
서둘러 입을 열었다.


“어…”


1~2초의 짧은 정적.
더 이상의 침묵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시선이 부담스러울까 봐,

학생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은 채,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 생각에는…
면접에서 그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2차 피해가 우려됩니다.


모든 면접위원들이
그들의 인성이, 그들의 실력만큼 뛰어나다고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요.”


학생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상담이 끝난 뒤,

나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학생은 왜 나에게

자신의 가장 아픈 과거를 털어놓았을까…

혹시, 처음 본 나를

잠시나마 ‘안전지대’라고 느꼈던 걸까…


그렇게 생각하자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학생이 걱정되었다.

아픔을 말할 용기와,

말하지 않아야 할 용기를

스스로 구분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용기는

항상 씩씩하게 드러나는 모습만을 뜻하지 않는다.


적절한 상황에서,

애써 모르는 척하며

자신과 타인을 보호하는 것이,

어쩌면 더 큰 용기일 수 있다.


나는 생각했다.


방금 저 문을 열고 나간 학생이,

세상 앞에서 더 당당해지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배워 가기를.


무너지지 않기 위한

‘용기의 Boundary’는

때로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더 어렵기 때문에.




다음 에피소드는 <강의실>

EP#11. 3년의 준비, 눈물로 마침표를 찍다.

부제: For your 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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