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는 질문을 단순하게 만드는 데 능숙하다.
무엇을 겪었는지는 묻지 않고, 무엇을 얻었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얼마나 오래 버텼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어디에 도착했는지만 남는다.
과정은 설명이 되고, 결과는 증거가 된다.
증거가 없는 삶은 곧 설득력이 없는 삶으로 취급된다. 결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에서, 인간은 늘 요약된다.
숫자와 직함, 성취와 실패의 이분법 속에서 사람은 압축되고, 그 압축된 정보가 전부인 것처럼 유통된다.
우리는 서로를 만나는 대신 서로의 결과를 열람한다.
그 순간부터 이해는 불필요해지고, 비교는 자동화된다. 인간을 존재가 아니라 성과물로 다루는 태도다.
존재는 시간 속에서 흔들리고 변형되지만, 성과물은 특정 시점에서 고정된다.
고정된 것은 평가하기 쉽고, 평가하기 쉬운 것은 관리하기 좋다.
그래서 사회는 점점 인간을 이해하기보다 관리하려 든다. 문제는 결과가 언제나 공정하지 않다는 데 있다.
같은 노력을 했다는 전제는 현실에서 거의 성립하지 않는다. 같은 시간, 같은 안전, 같은 실패의 허용치가 주어졌는가를 묻지 않으면서 결과만을 놓고 판단하는 일은 사실상 구조를 은폐하는 가장 세련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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