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얼굴을 한 착취에 관하여
이해득실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무엇을 하든 먼저 계산한다. 이 만남이 나에게 이득이 되는지, 이 말이 손해를 부르지는 않는지, 이 침묵이 더 안전하지는 않은지. 감정마저 손익계산서 위에 올려놓고, 관계는 투자처럼 관리된다. 오래된 신뢰보다 당장의 효율이 우선되고, 진심은 가성비 앞에서 자주 밀려난다.
이런 세상에서 조용히 등장하는 존재가 있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어디에나 있는 사람들. 나는 그들을 도굴꾼이라 부르고 싶다.
도굴꾼은 무덤을 파헤치는 사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늘날의 도굴꾼은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을 파헤친다. 아직 식지 않은 상처, 충분히 애도되지 않은 기억, 미처 정리되지 않은 관계의 잔해 속으로 들어가 자신에게 쓸 만한 것을 골라낸다. 그들은 공감하는 척하며 정보를 캐고, 이해하는 척하며 약점을 수집한다. 그리고 필요할 때, 그 파편들을 꺼내 이득으로 바꾼다.
도굴꾼은 감정에 능숙하다.
타인의 취약함을 빠르게 알아보고, 어떤 말이 문을 여는지 잘 안다. 그러나 그 능숙함은 돌봄을 향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용을 위한 감각이다. 도굴꾼에게 타인의 고백은 위로의 대상이 아니라, 활용 가능한 자원이다. 그래서 그들의 경청은 깊어 보이지만, 늘 어딘가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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