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접어 관계를 유지해온 사람에 대하여
착한 사람이 화를 내지 않는 이유는 성격이 온순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선택에 가깝다.
그는 화를 느끼지 않아서가 아니라, 화가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침묵을 고른다. 착한 사람은 분노의 감각에 둔감한 사람이 아니라, 분노 이후에 남는 잔해들을 오래 바라본 사람이다. 관계가 어긋나는 방식, 말 한마디가 사람을 어떤 위치로 밀어내는지, 한 번의 감정 표출이 얼마나 오랫동안 오해로 남는지를 그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화를 내기보다 먼저 계산한다. 지금 이 화가 나를 보호할까, 아니면 나를 설명해야 할 또 다른 이유를 만들까.
심리적으로 착한 사람은 타인의 감정을 자기 책임처럼 느끼는 경향이 있다.
누군가 상처받을 가능성, 분위기가 무거워질 가능성, 관계의 온도가 달라질 가능성을 먼저 떠올린다. 그래서 그의 분노는 늘 지연된다. 화가 나는 순간보다, 화를 냈을 때 상대가 느낄 감정을 먼저 상상하기 때문이다.
그 상상은 공감이자 족쇄다.
착한 사람은 분노를 표현하는 대신 이해하려 들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스스로를 설득한다. 이 정도는 넘길 수 있다고, 굳이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고. 그렇게 화는 감정이 아니라 관리 대상이 된다.
철학적으로 보자면 착한 사람은 관계의 윤리를 내면화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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