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잔여물과 사유의 불안정성에 대하여
내 안에는 언제나 하나의 층위가 남아 있다.
말로는 쉽게 닿지 않는, 논리로는 정리되지 않는 어떤 부분. 그것은 생각이라기보다 잔여물에 가깝다. 지나간 질문들의 침전물, 끝내 말해지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 이해되기를 거부한 채 남아 있는 감각들. 나는 그것을 명확히 알지 못하지만, 분명히 느낀다. 내 안에 무엇인가가 늘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것은 확신도 아니고 신념도 아니다. 오히려 확신이 생기려는 순간마다 조용히 균열을 내는 힘에 가깝다.
그것은 나를 편안하게 두지 않는다.
삶이 하나의 방향으로 매끄럽게 흘러가려 할 때, 그 안쪽의 무엇은 꼭 발목을 잡는다. 지금 이 말은 정말 내 말인가, 이 선택은 정말 내가 선택한 것인가, 이 침묵은 지혜인가 아니면 회피인가. 그런 질문들은 소란스럽지 않다. 오히려 지나치게 조용해서 무시하기 쉽다. 그러나 무시된 질문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들은 몸 안에 쌓여 언젠가 이유 없는 피로, 설명할 수 없는 불만, 혹은 갑작스러운 단절로 나타난다.
심리적으로 보자면, 그 안의 무엇은 자아의 중심이라기보다 경계에 가깝다.
사회가 요구하는 나와, 내가 느끼는 나 사이의 경계. 그 경계에서 인간은 가장 불안해진다. 왜냐하면 그곳에서는 역할이 보호막이 되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직함도, 성격도, 관계도 잠시 효력을 잃는다. 남는 것은 감각뿐이다. 이 감각이 맞는지 틀린지 아무도 보증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경계를 서둘러 떠난다. 다시 익숙한 언어와 규칙 속으로 몸을 밀어 넣는다. 안정은 그렇게 회복된다. 대신 어떤 생생함은 잃어진다.
문학적으로 말하자면, 내 안의 그것은 늘 문장을 방해한다.
너무 잘 정리된 문장, 너무 설득력 있는 논리, 너무 그럴듯한 결론을 경계한다. 그것은 완결을 싫어한다. 끝맺음이 주는 안도보다, 열린 채로 남는 불안을 더 진실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나는 종종 쓰면서도 스스로를 의심한다. 이 문장이 나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이 사유가 나를 드러내기보다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안의 그것은 계속해서 묻는다. 지금 이 글은 살아 있는가, 아니면 안전한가.
철학적으로 보면, 그 안의 무엇은 끊임없이 나를 탈중심화한다.
나는 나의 생각의 주인이라고 믿고 싶지만, 실제로는 생각이 나를 통과해 간다는 감각이 더 정확하다. 어떤 생각은 내가 원해서 떠오른 것이 아니라, 나를 사용해 스스로를 말하고 떠난다. 그 과정에서 나는 종종 불편해진다. 내가 믿고 있던 가치들이 흔들리고, 도덕적 확신이 느슨해지고, 이전에는 명확하다고 생각했던 판단들이 흐려진다. 그러나 바로 그 흐려짐 속에서, 나는 비로소 사고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단단한 생각은 편하지만, 살아 있지는 않다.
내 안의 무엇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복잡한 사람이 되게 만든다. 쉽게 편을 들지 못하게 하고, 빠른 분노 대신 느린 의심을 남기며, 명쾌한 답변보다 침묵을 선택하게 한다. 그것은 사회적으로 보면 비효율적이고, 관계적으로 보면 종종 답답하다. 그러나 그 답답함 속에는 한 가지 분명한 감각이 있다. 적어도 나는 나 자신에게 너무 쉽게 넘어가지는 않았다는 감각. 그 감각 하나로, 나는 이 안쪽의 무엇을 완전히 밀어내지 못한다.
결국 내 안에 있는 무엇인가는, 나를 흔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안정을 방해하고, 확신을 늦추고, 말의 속도를 줄인다. 그것은 나를 성공으로 이끌지도, 구원으로 데려가지도 않는다. 다만 내가 나를 살아내고 있는지, 아니면 나를 대신 연기하고 있는지를 계속해서 묻게 만든다. 그 질문은 귀찮고, 피곤하고, 때로는 쓸모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 질문이 완전히 사라진 삶을 상상해보면, 나는 묘한 공포를 느낀다. 너무 매끄럽고, 너무 설명 가능하며, 너무 잘 굴러가는 삶. 그 안에는 아마도 내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안의 그것을 제거하지 않는다.
관리하지도, 극복하지도 않으려 한다. 다만 자리를 남겨둔다. 완전히 이해되지 않은 채로, 완전히 말해지지 않은 채로. 그 여백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 때마다, 나는 아직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아직 살아 있는 사유가 남아 있다는 증거처럼.
이 글 역시 그 여백에서 나온다.
완성된 주장도 아니고, 정리된 고백도 아니다. 누군가를 설득하려 드는 글도 아니다. 어차피 모든 설득에는 혼자만의 생각과 선택이 필요할 뿐이다. 다만 내 안에서 계속 말을 걸어오는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의 응답일 뿐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은 다음 질문을 남긴 채 사라질 것이다. 그게 내가 허용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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