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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놓인 밤의 사용법

제자리를 의심하는 밤

by 구시안

밤은 종종 방향을 잃은 채 도착한다.

하늘이 위에 있다는 사실조차 확신할 수 없을 만큼, 감각은 쉽게 뒤집히고 마음은 제자리를 잃는다. 고개를 들어 올려도 별은 바닥 쪽으로 쏟아지고, 발끝에 닿아야 할 어둠이 어깨 위에 얹힌다. 그럴 때 나는 생각한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쪽이 정말 위인지, 아니면 오래전부터 나는 거꾸로 살아온 것은 아닌지.



담배를 피우는 밤에는 늘 그런 착각이 따라붙는다.

연기는 위로 오르지만, 마음은 아래로 가라앉는다. 마치 하늘을 향해 내뱉은 숨이 되레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처럼. 연기에는 언제나 설명되지 않은 감정이 묻어 있다. 말로 다 쓰지 못한 후회, 애써 접어둔 체념, 이름 붙이지 못한 피로 같은 것들. 그것들은 연기라는 형식을 빌려 잠시 떠올랐다가, 금세 흩어져 사라진다.



나는 종종 내가 뒤집혀 서 있는 사람은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이 거꾸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나만 방향을 잘못 들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 하고. 하지만 곧 그 생각조차 서글프게 부정하게 된다. 애초에 나는 제대로 서 본 적이 없는 사람 같아서다. 철봉에 거꾸로 매달리는 일조차 서툴러 늘 웃음의 대상이 되었던 몸. 균형이라는 단어와는 멀찍이 떨어진 채, 늘 한쪽으로 기울어진 감각으로 살아온 사람.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하늘을 바닥에 내려놓아도, 그것이 온전히 내 것이 되지 않는 이유는.

지금의 내가 달라져서가 아니라, 예전부터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감각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유하지 못한 것은 잃을 수도 없다. 붙잡지 못한 것은 놓을 수도 없다. 다만 스쳐 갔다는 느낌만 남는다.



밤은 그런 사실을 조용히 확인시켜 준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은 채, 설명도 위로도 없이 가만히 펼쳐진다. 그 위에서 나는 나 자신을 설득하지도, 비난하지도 못한 채 서성인다. 하늘이 발밑에 있는지, 내가 거꾸로 서 있는지 따지는 일조차 사치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방향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어긋난 자세로도 버티고 있다는 사실 하나뿐이어서.



어쩌면 삶이란 늘 이런 식일지도 모른다.

바로 서야 한다는 강박과, 애초에 바로 선 적 없다는 자각 사이에서 흔들리는 일. 뒤집힌 풍경 속에서도 어떻게든 숨을 고르고, 자기 몫의 밤을 태우며, 오늘을 통과해 가는 일. 하늘이 발밑에 놓인 채로라도, 잠시 기대어 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밤이 있다고, 나는 조용히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밤은 여전히 말이 없다.

대답하지 않는다는 사실마저 하나의 태도처럼 느껴질 만큼, 고요는 단단하다. 뒤집힌 하늘 아래서 나는 방향을 다시 묻지 않는다. 이미 여러 번 물었고, 그때마다 돌아온 것은 침묵뿐이었다. 대신 감각을 더듬는다. 몸 안쪽에 남아 있는 온기, 쉽게 식지 않는 생각의 잔열, 이유 없이 가라앉는 기분의 무게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이 아직 내가 여기에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서 있다는 감각은 오래전에 흐려졌다.

정확히 말하면, 서 있어야 한다는 기준 자체가 희미해졌다. 사람들은 저마다 똑바로 서 있다고 말하지만, 그 똑바름이 어디를 향하는지는 좀처럼 말해주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기울어진 채로 균형을 연습한다. 넘어지지 않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덜 아픈 쪽을 고르는 방식으로 하루를 건넌다. 그것이 비겁함인지 생존인지 구분하지 못한 채로.



담배 연기는 여전히 하늘을 찾지 않는다.

위로 오르기보다는 잠시 머뭇거리다 흩어지고, 그 짧은 체공 속에 말해지지 않은 마음들이 섞인다. 설명되지 않은 후회, 이름 붙이기엔 너무 사소한 슬픔, 오래전부터 익숙해진 체념 같은 것들. 연기는 그것들을 대신 품었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라진다. 그래서 더 닮았다고 느낀다. 나와 아주 비슷한 방식으로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것 같아서.



하늘을 발밑에 둔다고 해서 세계가 달라지는 건 아니라는 것을 이제 알았다.

감각의 방향을 바꾼다고 삶이 새로 시작되지는 않는다. 다만 같은 풍경을 다른 온도로 바라보게 될 뿐이다. 예전보다 차갑고, 덜 기대고, 조금 더 멀어진 시선으로. 그것이 성숙인지, 체념인지, 혹은 단순한 마모인지 구분할 수는 없다. 다만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나는 애초에 ‘제자리’라는 개념을 잘 믿지 않는다.

제자리는 노력하면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운 좋게 잠시 머물렀던 상태에 가깝다. 그래서 잃었다고 말하기보다는, 잠시 놓였던 자리를 지나왔을 뿐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그렇게 생각해야만 이 기울어진 자세로도 숨을 계속 쉴 수 있다.



밤은 조금 더 깊어지고, 생각은 더 낮은 곳으로 가라앉는다.

거아무 일도 해결되지 않았고, 아무 답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너진 것도 아니다. 뒤집힌 채로 서 있는 이 자세가 지금의 나를 간신히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만이 남는다. 하늘이 발아래 있어도 괜찮다고, 방향을 잃은 채로도 하루는 끝난다고, 그렇게 조용히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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