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공하지 못한 생각들

숨을 고르듯

by 구시안

밤은 늘 생각보다 낮은 곳에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았던 하늘은 번번이 발밑으로 미끄러졌고, 나는 그 사실을 확인하듯 몇 번이고 고개를 젖혔다.


체공하지 못한 생각들은 늘 그런 식이었다.
날아오를 준비를 마친 듯 보이다가도, 결국엔 중력이라는 이름의 일상에 붙잡혀 바닥으로 돌아오는 것들.

담배에 불을 붙이면 생각은 조금 느려졌다. 연기가 위로 오르는 동안만큼은 마음도 덩달아 가벼워지는 착각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그 착각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걸 나는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연기는 결국 사라지고, 남는 건 입안에 맴도는 쓴맛과 도망치지 못한 생각들의 잔상뿐이었다.

체공하지 못한 생각들은 대부분 말이 되지 않았다. 말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너무 솔직하다는 이유로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속에서만 몇 번이고 모양을 바꿨다. 그 과정에서 생각은 점점 닳았고, 마침내는 처음의 형태를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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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못한 감정과 쉽게 합의된 문장들 사이를 기록합니다. 빠른 공감보다 오래 남는 문장을 쓰고자 합니다. 내면을 중요시 여기며 글을 씁니다. 브런치 61일째 거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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