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딸
1992년 가을부터 1993년 봄까지, 텔레비전 속에서 흘러나온 한 시대의 숨결.
7080이라면 기억할 드라마. 아들과 딸.
1970~80년대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가부장제와 남아선호 사상 속에서 한 가족이 겪는 상처와 균열을 그린 드라마다. 아버지는 아들을 가문의 계승자처럼 떠받들고, 딸들은 집안의 ‘남는 사람’처럼 취급된다. 밥상에서, 학비에서, 말 한마디에서 아들과 딸의 자리는 철저히 갈린다.
이 드라마는 거대한 사건보다 일상 속 차별이 인간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집요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차별의 한가운데에 후남이가 있다. 후남이 역할은 한국의 대표 여배우 김희애가 맡았다. 그녀는 극 중 남아선호사상이 짙던 시대 속에서 딸로 태어나 무시당하고 억눌리며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후남(후남) 캐릭터를 섬세하고 힘 있게 연기했다. 김희애는 이후남을 연기하며 가부장적 가치관 안에서 휘둘리는 딸의 억압과 고통, 그리고 그 안에서 점차 스스로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진정성 있게 표현해 드라마의 핵심적 울림을 만들었다.
그 시절, 저녁 여섯 시의 공기는 밥 짓는 냄새와 남아선호의 침묵으로 무거웠다. 이 시대를 겪지 않은 세대는 이해 불가일지도 모르겠다. 1992년, 텔레비전은 말이 없었고 사람들은 더 말이 없었다. 시대가 그랬다. 그래서 사람들을 대신하여 드라마가 대신 울어주었다. 아들은 이름으로 불렸고 딸은 순서로 불렸다. 쌍둥이로 태어난 후남이, 뒤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 나아갈 자격을 미루어진 아이. 밥상 위에서 숟가락의 방향이 운명이 되던 시절. 꿈은 성별에 따라 접히거나 펴졌다. 1993년, 시간은 흘렀지만, 사회의 질서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딸은 여전히 기다리는 법을 배웠고 아들은 너무 일찍 기대 위에 올려졌다.
문득. 후남이가 떠올랐다.
작가를 꿈꾸는 후배를 생각하다가 였다. 나와 같은 세대이지만, 꿈을 접고 회사를 다니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꿈을 접고, 가정을 잘 꾸리며 잘 살아가고 있는 후배를 얼마전 만나,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떠오른 것은 '아들과 딸'이라는 드라마였다.
" 선배. 나 다시 글을 써볼 까봐요..."
" 아이도 다 컸고, 남편도 지지해 준다며. 다시 글을 쓰는 것도 좋지."
" 근데.... 용기가 안 나네요. 이젠 너무 늙었어요."
" 저런. 외계로 보낼 생각을 하고 있구나. 쓰렴. 쓰면 돼. 늦음이라는 것은 없다."
" 등단에 도전해 볼까요?"
" 굳이. 지금 시대에 등단이 왠말이니. 그냥 써. 굳이 목표를 갖고 쓰기 보단 너를 위해 써보렴. 그것이 자연스러워 질 때 목표를 갖어 보는 것도 좋은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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