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먼저 끝나버린 마음에 대하여
말을 던지지 않았다. 나는 불을 던졌다. 혀는 재가 되었고, 의미는 이미 폭발한 뒤였다. 말은 느린 총알처럼 항상 너무 늦게 도착한다. 맞은 뒤에야 그 총알을 누가 쐈는지 생각한다. 침묵은 검은 태양이었다. 눈을 뜨고 바라보는 동안 내 감각들이 하나씩 타들어 갔다.
소통은 합의가 아니다. 그것은 침입이다. 피부를 뚫고 혈관을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사건.
나는 문장을 말했지만, 실제로는 내 내부의 날씨가 상대에게 넘어갔다. 번개, 습기, 안개가 되어. 이유 없는 황혼까지. 상대는 이해하지 않았고, 나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서 진짜 대화가 울부짖으며 태어났다.
말은 썩는다. 너무 빨리. 그래서 사람은 감각을 먹는다. 쓴맛, 도시의 금속 냄새, 입 안에서 터지는 색채를.
소통이란 서로를 구제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를 망치는 방식이다. 그러나 그 파괴 속에서만 인간은 잠깐 살아 있는 얼굴을 갖는다. 그 중독은 위로가 되기 때문에.
나는 상대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연대다. 좋은 것은 붙잡는 순간 시체가 된다. 그래서 나는 평생 처음 본 것처럼 불길을 스치고 지나간다. 소통은 완성되지 않는다. 미완성이다. 완성되는 순간 이미 거짓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의미보다 먼저 감각을 피 흘리게 하며 서로에게 도달한다. 그리고 그 실패를 언어라고 부른다.
소통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정확히 말하면, 하늘이 아니라 그날의 공기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 같은 두 사람이라 해도 공기는 매번 다르다. 어제는 투명했던 것이 오늘은 미세하게 흐리고, 방금 전까지 따뜻하던 온도는 이유 없이 식어 있다. 소통이란 결국 그 공기를 함께 건너는 일이다. 지도는 늘 늦게 만들어지고, 우리는 항상 전인미답(前人未踏)의 대기를 먼저 통과한다.
감정에는 동일한 날씨가 없다.
우리는 종종 “어제도 그랬잖아”라고 말하지만, 감정은 기억을 반복하지 않는다. 어제의 말은 오늘의 의미를 보장하지 않고, 한때의 이해는 다음 만남의 통행증이 되지 않는다. 소통은 축적되지 않는다. 매번 새로 시작해야 하는 초행길이며, 그 사실을 잊는 순간 우리는 길을 잃는다.
그래서 나는 소통을 설명하려는 시도를 점점 줄이게 되었다.
설명은 언제나 뒤늦고, 감정은 항상 먼저 도착해버리기 때문이다. 말이 나오기 전 이미 마음은 어떤 방향으로 기울어 있고, 그 기울기는 말보다 훨씬 빠르게 상대에게 전달된다. 우리는 문장을 주고받지만, 실제로는 온도와 압력, 미세한 진동을 교환한다. 이해란 그 교환이 잠시 균형을 이루는 상태에 불과하다. 나는 그것을 소통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한때 나는 소통 속에 설렘과 기대를 넣어두었다.
언젠가는 완전히 이해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충분히 설명하면 닿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 그러나 기대는 늘 과도한 짐이었다. 그것은 상대의 마음을 목적지로 바꾸고, 대화를 도착의 문제로 만들어버렸다. 기대가 사라지자 소통은 실패하지 않게 되었다. 성공하지도 않았지만, 대신 계속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소통은 나에게 탐험에 가깝다.
아무도 밟아보지 않은 감정의 지면 위를 조심스럽게 걷는 일. 어떤 단어는 단단한 돌처럼 발을 지탱해주고, 어떤 침묵은 늪처럼 발목을 잡아당긴다. 나는 더 이상 이 길의 끝을 묻지 않는다. 다만 지금 발 아래의 촉감을 느끼려고 한다. 이것이 불안인지, 두려움인지, 아니면 아직 이름 붙지 않은 감정인지.
가끔, 정말 가끔은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말이 지나치게 정확하게 닿아버리는 순간. 설명하지 않았는데도 이해가 생기고, 방어하지 않았는데도 안전해지는 시간. 그럴 때 나는 서둘러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좋은 건 평생 처음 보는 것처럼 간직하고 싶다. 익숙해지지 않기 위해서, 반복하려 들지 않기 위해서. 그 순간은 소유가 아니라 방문이기 때문이다.
이해는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철새처럼 잠시 내려앉았다가, 이유를 남기지 않고 떠난다. 우리는 흔히 그것을 붙잡으려다 놓친다. 다시 오게 만들기 위해 같은 말을 반복하고, 같은 태도를 흉내 낸다. 그러나 이해는 재현되지 않는다. 매번 다른 경로로, 다른 높이에서 날아온다. 같은 하늘이라 믿는 순간, 이미 다른 계절이다.
감정이 전인미답이라는 사실은 우리를 불안하게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정직하게 만든다.
만약 모든 마음이 예측 가능하다면, 우리는 말을 고르지 않을 것이다. 침묵을 고민하지도, 표정을 읽으려 애쓰지도 않을 것이다. 소통의 어려움은 아직 우리가 서로에게 닿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증거다. 미지의 영역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 탐험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나는 이제 소통을 완성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실패하지 않기 위해 서두르지 않을 뿐이다. 오늘의 대화는 오늘의 날씨로만 남겨둔다. 내일 다시 만난다면, 그때의 공기를 새로 느낄 것이다.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다만 처음 보는 세계처럼 대하려 한다. 그것이
내가 선택한 예의다.
소통은 다리를 놓는 일이 아니라, 물 위에 잠시 서보는 일이다. 언제든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위에 올라서는 용기. 그리고 발밑에서 일어나는 작은 파문을 기억하는 일. 그 파문이 다시는 같은 모양으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한 번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나는 말을 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마다, 이미 늦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말이 나오기 전, 이미 어떤 감정은 내 안에서 끝나 있기 때문이다. 소통이란 늘 뒤늦게 도착한 구조물 같다. 마음이 먼저 무너지고, 그 잔해 위에 문장이 세워진다. 그래서 나는 자주 말 속에서 나를 잃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였던 어떤 상태를.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닮지 않았다.
이 사실을 이해하려 애쓰지 않기로 했다. 감정은 동일한 날씨를 반복하지 않는다. 햇빛이었던 것이 갑자기 습기가 되고, 이유 없는 흐림이 하루를 차지한다. 나는 그 변화에 이름을 붙이지 않으려 애쓴다. 이름을 붙이는 순간, 감정은 나에게서 떨어져 나가 대상이 된다. 나는 아직 그것을 내 안에 두고 싶다.
소통을 하며 나는 종종 멈춘다.
지금 이 말은 나에게서 나온 것일까, 아니면 상대의 기대에 맞춰 생성된 문장일까. 질문은 나를 가볍게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불안이야말로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완전히 이해되는 순간보다, 이해 직전의 떨림이 나를 더 정확히 설명한다.
나는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기대는 마음을 목적지로 만들고, 감정은 목적지를 싫어한다. 도착하는 순간 숨을 멈추기 때문이다. 설렘 역시 마찬가지다. 너무 환하게 빛나는 감정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생각한다.
이해는 나에게 사건이 아니라 순간이다.
그것은 붙잡을 수 없고, 설명할 수도 없다. 다만 스친다. 마치 낯선 사람의 어깨가 붐비는 거리에서 잠시 닿는 것처럼. 그 짧은 접촉이 하루를 바꾸기도 하고, 어떤 말도 하지 않았는데 마음이 한 단계 이동하기도 한다. 나는 그 이동을 신뢰한다. 결과가 없다는 이유로 부정하지 않는다.
나는 자주 침묵을 선택한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숨을 고르고, 아직 형태를 갖추지 않은 감정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침묵은 비어 있는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감정이 동시에 존재할 때 나타나는 밀도다. 그 밀도 속에서 나는 나를 다시 느낀다. 불완전하고, 정의되지 않은 상태의 나를.
소통이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서로에게 여전히 미지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완전히 이해된다는 것은, 어쩌면 더 이상 질문받지 않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나는 질문 속에 머물고 싶다. 불편하지만 살아 있는 그 지점에.
오늘의 대화는 오늘에만 속한다.
내일의 나는 다시 처음처럼 말을 고를 것이다. 같은 문장을 사용하더라도, 그 안의 온도는 다를 것이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소통은 완성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지금 이 순간, 내가 나를 속이지 않고 있다는 감각만 남는다면.
나는 여전히 말한다.
그리고 동시에, 말보다 앞선 나를 조심스럽게 지켜본다.
* 전인미답(前人未踏) : 앞선 사람이 아직 밟아보지 않은 곳, 즉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미개척의 영역.
나는 이것을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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