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날 던 시절
작은 등불이 해처럼 보이는 동안. 나는 하루 종일 집에 앉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늘 어둠 속에 앉아 있었기에. 두 개의 스탠드 조명이 마치 두 개의 달처럼 보이기도 하고. 나는 아무것도 읽지 않고 그저 앉아 있었다. 음악을 듣지도 않았다. 상상과 고통은 별 다를 게 없었으니까. 과거에 내가 썼던 글들을 보니 웃음이 났다. 하나의 희극대본 같아서. 꿈을 향해 날 던 나비가 자리하던 시절. 서른.
그땐 그랬었구나가 아니라. 그 기억이 부르는 고통이 짙어져서. 몸뚱이를 눕히고 나서야 하얀 천장에 새겨지는 모든 것들을 읽어 내린다. 어찌 그리 무심했냐고 침대가 놀랐다.
과연 누가 마법을 걸어 만남을 이끌어 냈을지 궁금했다.
보이지 않는 존재일까.
보이는 존재 일까.
지독한 더위에 한시도 참지 못하는 육신은 차가운 바람을 쏘이고 있었다. 환영이라도 보는 것처럼 하얀 벽지 사이로 스쳐가는 빛들이 보였다. 창밖을 바라보니 보기 힘든 나비 한 마리가 햇살에 일렁였다. 어디서 왔을까. 이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어쩌면 불과 서울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경기권에서 얇은 몸을 비비며 날아온 것일까. 철새처럼. 마치 자신이 철새라도 된 모양.
보고 싶은 죽마고우가 살고 있는 시드니는 새벽이겠지. 하얀 화면을 켜서 비행기표를 알아본다. 그리고 일주일은 5일간의 스케줄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가 써먹지도 못하고 희생했던 숨죽이고 있던 연차라는 것이 얼마나 쌓여있는지를 세어본다. 점을 보러 가보자는 김대리를 따라가 볼 걸 그랬다. 얼마나 용한지. 얼마나 신이라는 존재와 접속능력이 훌륭하여 영검한지. 차라리 지금 보는 바보상자 속에 나오는 사람들보단 재밌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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