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빛은 언제나
소란 속이 아니라
가장자리에서 조용히 남는 것이라는 듯이.
나는 오늘도 낮의 심장을 들여다본다.
태양은 정오의 칼날로 사물들을 베어
사과를 붉게,
아이의 뺨을 뜨겁게,
도시의 유리를 눈부시게 만들었다.
그러나 모든 광휘는
끝내 피로를 배운다.
빛은 중앙에서 추방된 왕처럼
창틀에 걸터앉아
금빛 망명을 준비한다.
길모퉁이의 먼지들은
작은 별들의 반란처럼
저녁을 향해 몸을 턴다.
나는 보았다.
낮이 어둠으로 물러가는 순간을.
그것은 패배가 아니라
색채의 전환,
황금이 보랏빛으로 번지는
느린 폭발이었다.
사람들의 목소리는
포도주처럼 익어
낮은 음으로 기울고,
가로수의 잎들은
녹색의 혀를 접으며
밤의 문장을 연습한다.
빛은 말한다.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다른 이름으로 불릴 뿐.
어둠은 대답한다.
나는 네 그림자의 가장 깊은 곳에서
조용히 태어났다.
하늘은 푸른 살결을 벗고
보랏빛 상처를 천천히 드러낸다.
도시는 한순간
젖은 거울이 되어
스스로의 얼굴을 흐리게 비춘다.
낮은 무너지는 대신
자신을 접는다.
접힌 빛은
눈동자 깊은 곳으로 스며
은밀한 불씨가 된다.
빛은 언제나
가장자리에서 남는다.
밤이 중앙을 차지한 뒤에도
문턱과 창틀,
심장의 가장자리에서
조용히 타오르는
보이지 않는 금빛으로.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