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메두사

돌이 된 혀를 부수는 기록

by 구시안

돌이 된 것은
사람들이었을까
아니면 나였을까.


나는 한때
바다의 신전에서 숨 쉬던
평범한 소년이였는지도 모른다.


이름은 메두사.

신들은 쉽게 화를 냈고
저주는 늘
여자가 아닌

남자에게 먼저 내려왔다.


내 머리칼은
하루아침에
비명이 되었다.


꿈틀거리는 뱀들 사이로
나는 밤마다
내 얼굴을 더듬었다.


거울은 없다.

누군가 나를 보려 하면
그는 돌이 되었고
나는 또 한 번
증인이 사라지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괴물이 아니라
증거였다.

신들의 폭력과
사람들의 침묵이
굳어버린 형태.


사람들은 말한다
“저 눈을 보지 마라.”

하지만 아무도 묻지 않는다.


왜 그는
그런 눈을 갖게 되었는지.

나는 원하지 않았다.
파괴를

다만
나를 똑바로 바라본 세계가
먼저 돌이 되었을 뿐이다.


칼날이 내 목을 스칠 때
영웅은 이름을 얻고
나는 이야기 속 악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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