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시계 속에 박힌 두 눈이
유리 안쪽에서 서서히 부패하며
분침과 시침 사이를 기어간다
시간은 둥글다고 배웠지만
그 안쪽은 늘 찢겨 있었고
나는 그 틈으로 떨어지는
가느다란 의식의 실이었다
초침이 떨릴 때마다
어딘가의 밤이 한 겹씩 벗겨지고
그 아래에는
또 다른 나의 피부가 붙어 있었다
나는 몇 번이나 나를 입고
몇 번이나 나를 벗었는지 모른다
벽은 조용히 기울어
내 생각들을 한쪽으로 쏟아내고
그 사이에서 몇 개의 기억이
젖은 성냥처럼 꺼져간다
불이 붙지 않는 기억들
빛을 내지 못하는 과거들
그럼에도 계속해서 타들어가는
이상한 냄새의 시간
커피잔 속 검은 표면은
하나의 깊이 없는 우물
그 위로 고개를 숙이면
내 얼굴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표정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나를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들을 끝내 부르지 못한다
이름이 없는 것들은
더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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