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밤은 유리잔처럼 깨질 듯 고요하고
검푸른 공기 속에 보이지 않는 꽃들이
이름 없이 피어오른다
나는 길을 잃은 별 하나를 주워
혀끝에 올려본다
쓰고 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꿈의 맛
어둠은 향기로 번져
손목을 감싸고, 목을 스치며
나를 다른 계절로 데려간다
누군가의 숨결이 스며든 거리
젖은 돌 위에 남겨진 발자국마다
기억들이 천천히 증발한다
나는 묻지 않는다
이 밤이 누구의 것인지
다만, 향기 속으로 스며들어
나도 하나의 기척이 된다
보이지 않는 꽃처럼
이름 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어둠은 점점 짙어져
내 그림자를 삼키고
나는 내 몸의 경계를 잊어버린다
손목을 스치는
공기에도 향기가 있고
목덜미를 적시는
바람에도 체온이 있다
이 밤은 분명
누군가의 숨결로 이루어져 있다
젖은 돌 위에 남겨진 발자국마다
사라지지 못한 하루가 묻어 있다
그 위를 지나갈 때마다
나는 다른 사람의 삶을
잠깐씩 밟는다
어디선가
꽃이 피었다가 지는
소리가 난다
굉음.
사람들 가운데에
발을 내디던 그 진실 자체.
은유의 흩날림 한가운데로
끌어당긴 가물가물 타는
생각의 원과 함께
커다랗게 타오르는
아치를 바라보며
무수히 헤집는
검은 별자리 무리와 함께
아주 미세한 파열음
세상은 그렇게 조용히 무너지고
다시 만들어진다
나는 묻지 않는다
이 밤이 누구의 것인지
이 향기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다만, 서서히 스며든다
향기 속으로, 어둠 속으로,
이름 없는 것들의 깊은 중심으로
내 숨은 점점 느려지고
심장은 먼 별처럼 희미해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밤은 나를 통과하고
나는 밤을 통과한다
우리는 서로의 안에서
잠깐씩 향기가 된다
보이지 않는 꽃처럼
피어났다가
기억되지 못한 채 사라지는
그러나
분명히
존재했던 어떤 것처럼
이 밤은 끝나지 않는다
다만 더 깊어질 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 깊이 속으로
아무런 이름도 없이
향기가 되는 밤
조용히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