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平安)
사람들의 마음 안에는 모두 바다가 자리하고 있다.
내가 만일 여행을 다시 떠나게 된다면, 떠나 보지 않고도 보았던 것들의 조악한 복사본을 만들지도 모른다. 낮의 거리와 내가 일하는 매장에서도 발견하게 되는 외국인들의 행렬은 예전보다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내가 방문한 나라에는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뿐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비밀스러운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사람들과 문화, 역사, 그들의 이웃까지 되어는 봤다. 모든 풍경과 모든 집이 나의 상상력을 재료로 쓰이던 때가 떠오른다.
글을 쓰지 않은지 몇 해가 훌쩍 지나가는 동안에, 회사 근무와 생리적 활동만을 하는 사이에서 생각과 감정이 멈춘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 다행인 것은 먹고사는 일이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불행한 것은 그 상태가 온전한 휴식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썩어가는 상태에는 발효작용이 있기 때문에.
글을 쓰지 않은 지 오래됐을 뿐 아나라, 내가 존재하지 않은지도 오래된 것처럼, 거리는 그저 거리였고, 회사에서 근무할 때는 일만 의식하며 단순한 노동에 물들었다. 생각에 잠기는 대신 잠들었고, 여전히 일 뒤에 있는 나는 다른 존재처럼 느껴졌다.
정말 오랫동안
나는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다.
지금의 나는 고요하다.
아무도 나의 진정한 모습과
다른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에
만족하면서.
방금 무엇인가 아주 새로운 일을 했거나
뒤늦게 한 것처럼 숨을 쉬는 나를
느끼고 있다.
더 행복해 질지
아니면
그 반대일지 나는 모른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하루가 저물 무렵의 포근함을 느끼면서도,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경적소리 나 갑작스러운 소음을 마주하기도 하고, 젊은이들의 대화하는 소리와 살아 있는 도시의 잊었던 속삭임을 마주하기도 한다. 내 귀로 들리는 것을 보았다. 의식하며 오랫동안 그것을 바라보는 일을 여전히 좋아하는 밤을 보내기도 하지만, 이따금 완화시킬 어떤 방법도 떠오르지 않을 만큼 지독한 삶의 피로가 갑작스럽게 솟구쳐 오를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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