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열고 닫은 밤
당신이 여는 문처럼
나는 당신을 엽니다.
언제나
벽들의 정중앙에 서서
굳은 눈꺼풀을 바라보며
말과 함께
잊지 말라는 말을 남기며
이름 석자를 새겨 넣은 비석을
당신에게 바칩니다.
누구도
잊지 말라던
어느 누구도 잊지 말고
간진 하라던
당신의 말이 나를 후비지는 않습니다.
미루고 침묵하는 버릇이 무르익어갈 무렵, 말로부터 누군가에게 자라는 나를 확인하게 될 거란 걸 말해준 당신의 말을 엿듣기 위해, 나는 당신을 그리워하기도 했습니다. 사랑하는 조건의 원망이 존재하지 않게 되길 바라면서, 당신의 부드러운 내면 속에 함께 누워 내 입에서 나오지 않을 말을 다시 주워 담으며 당신을 그 벽돌에 감싸고 감싸 당신을 감췄습니다.
잃어버린 사람.
길을 잘못 든 사람.
고향병이 든 것처럼 구는 사람.
당신은 늘 늦었습니다.
시간의 길을 가며
말하고
침묵하게 된 순간까지
함께 갔고
함께 끝없음 속으로 들어가면서도
나는 어느 곳도 향하지 않고
발을 늪에 빠뜨리며
당신의 말을 향해 그곳을 향햐여
가려 노력했습니다.
그만두자라는 말이 나올 때
어떤 이름이 내게로 열릴 때
두 번째 이름이 있다면
그 이름에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뒤섞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벗어나고 말겠다는 다짐이 설 무렵,
가장 바깥의 것으로 향하는 길을 택하고
홀로 길을 나섰을 때
그 곁엔 당신이 없었습니다.
멀리
내가 있지 않은 곳
그곳에 늘 당신이 있다는 사실이
심장의 길을 놓기 위해
수많은 밤을 지나며
지새웠던 밤에 새겨진 주홍글씨처럼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 있던 것도 사실입니다.
내게 가장 허무한 것을 떠올리라면,
당신입니다.
치명적인 것을
지속되는 것을
기대했던
헛된 마음에
생채기를 내준 당신을
그리워하지 않습니다.
영혼에 뿔이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수많은 밤에 확인했습니다. 시간은 열려있고, 당신도 그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 움직임을 멈춘 우주 같은 마음속에 유영하는 수많은 밤을 보내며 당신을 멀리 다른 행성으로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성년이 된 고통을
영혼의 뿔에 찔려
흘린 피를
당신은 모를 겁니다.
값을 치러야 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인간은 치르지 않는 값을 치렀습니다.
신이 모두의 안에 있다고 말하는 당신의 입은 추하고 더럽고 아름다운 하얀 이 사이에 숨겨진 어둠을 보지 못했습니다. 진실한 이라 믿었던 나의 살이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연등이 수놓을 때면
당신이 생각납니다.
그렇게 많은 날아가는
선명하게 말했던 발걸음처럼
아래 새겨져 있는 먼 곳을 향한 당신을 그리지 않습니다.
나는 매일 밤 힘줄 같은 활을 만들어 냅니다.
그 힘줄에 걸려 날카롭게 당신을 향한 활을 쏘려 기다리지만
당신의 심장을 향하진 않습니다.
무거운 겨울이 지나 봄이 와도
그렇게 몇 해가 지나고
또 지나고를 반복하면서도
나는 벗어난 것이 아니라
그 자리 그대로 맴돌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입니다.
지금이 그 순간이라면,
사람은 진실하고 홀로인
나를 당신을 아꼈던 만큼
아껴주는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곧바르게 간다는 것이
사람들 한가운데를
그렇게 곧바르게 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게 되었을 뿐입니다.
매일밤 황금 같은 음절의 별을 만들어보지만,
그것은 녹슨 별이 되어 남아
당신에게 전해지진 않습니다.
생각이 방문하는 밤이 오면
내가 만든 우주선을 타고
당신이 있는 행성으로 가는 생각을 해보지만
나에게 연료가 없습니다.
파편의 신호와 함께
가끔씩 찾아드는 당신을 생각하지 않기로 합니다.
이 얼굴에 눈 한쌍 위에
선명하게 새겨진 당신은
이미 외계인이 되어 버렸습니다.
나에게 눈꺼풀이 있은 적이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산지 오랜 시간이 지나가고
있을 뿐입니다.
시간은
그런 것입니다.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