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등원거부. 달래야 할까? 단호해야 할까?

by 한냥이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 거부.

어린이집을 보내 본 엄마라면 한 번쯤은 겪는다.


사실 등원을 거부하는 아이의 반응은 엄마와의 안정형 애착이 잘 형성되었다는 증거이다. 안정 애착(회피형, 저항형, 혼란형)을 형성한 아이들은 양육자와의 분리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침에 어린이집 안 가겠다고 울고 불고 하는 아이를 억지로 떼어놓고 뒤돌아서는 엄마의 마음은 지옥이다.


우는 아이의 목소리가 하루 종일 귓가에 맴돈다.


내 첫째 아이는 등원 거부가 심했다.

정말 거의 일년 내내 울면서 등원했다.

달래는 방법도 써봤다가 단호한 방법도 써봤다.

등원 전 신나는 동요로 기분을 업시켜보기도 했고,

사탕을 입에 물려주기도 했다.

엄마 이제 빨리 병원 가야 한다고 아이한테 사정사정하는 방법까지 써봤다.


아이의 등원 거부가 너무 심해서 난 매일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려웠다.

'하. 오늘은 또 어떻게 들여보내지?'

'이 정도로 힘들어하는데 내 몸 조금 편하자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맞을까?'

'갓 돌 지난 아기인데, 역시나 어린이집을 내가 너무 일찍 보내기 시작한 건가?'


둘째 아이는 등원 거부가 별로 없었다.

호기심 많고, 친구들을 좋아하고, 새로운 환경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무엇보다 엄마에 대한 애착이 첫째 아이만큼 크지 않았다. 그래서 나와의 헤어짐이 어렵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예 등원 거부가 없진 않았다. 6개월 주기로 등원 거부하는 때가 돌아왔고 그때마다 일주일 간은 울면서 등원했다.


다년간 등원 거부를 한 아이를 다뤄 본 경험을 공유해보고 싶다.

아이보다도, 엄마인 내가 등원 스트레스가 심했어서 언제 한 번 꼭 정리해보고 싶었다.

과학적 근거는 없다. 내 경험에서 온 팁들이다.

우선, 아이가 등원거부를 한다면 살펴볼 것이 있다.

- 아이가 아픈지

- 원에서 선생님 혹은 친구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이 있는지


1. 아이가 아픈 경우

몸이 안 좋은 아이는 당연히 등원을 거부한다. 아직 열이 나지 않아서, 콧물이나 기침이 나지 않아서 부모가 못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집에서부터 계속 칭얼거렸다면, 집에서 계속 누워있고 싶어 했다면 아이가 아프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조이다.

아플 때는 당연히 집에서 쉬게 하는 것이 좋다.


2. 선생님, 친구와의 관계 어려움이 있는 경우

아이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싫어서 혹은 불편해서 등원을 거부하기도 한다. 만 1세의 어린아이여도 선생님한테 혼난 경험은 마음에 남는다. 부모에게 말로 표현하지 못해도 선생님을 만났을 때, 그리고 선생님과 헤어질 때 나누는 인사에서 아이가 보이는 표정을 섬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혹은 선생님께 따로 연락을 해서 '혹시 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심스레 여쭤보는 것도 방법이다.

내 주변에선, 같은 반 친구가 계속 괴롭혀서(물론 악의적인 의도는 없다.) 등원을 거부하던 아이가 있다. 부모는 아이 몸에 상처가 난 후에야 내 아이가 특정 친구로부터 불편함을 겪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아이의 교우관계에 대해, 같은 반 친구들의 성향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선생님께 물어볼 수도 있고, 하원 후에 친구들과 잠시 노는 시간을 가지며 아이들의 행동을 지켜보는 것도 방법이다.


다음에 나올 소소한 팁들은 아이가 아프지 않고 기관에서 갈등이 없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등원거부는 다시 시기별로 나눌 수 있다.

- 처음 기관에 다니기 시작한 경우

- 잘 다니다가 갑자기 등원 거부를 하는 경우


1. 처음 기관에 다니기 시작한 경우


1) 입학 전 준비

처음 기관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보이는 거부 반응은 당연하다. 어린이집에 다니기 2주 전부터 어린이집과 관련된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어야 한다. 생활동화를 좋아하는 첫째 아이에게는 추피 동화책 중 유치원 관련 책들을 라서 읽어줬고, 공룡을 좋아하는 둘째 아이에게는 공룡유치원, 대발이 책 중 관련 내용을 읽어줬다. 물론 읽어줄 때는 유치원이 아닌 어린이집이라고 표현했다.


가정에서도 어린이집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것이 좋다. 어린이집에 가면 선생님과 다양한 친구들이 있다는 것, 새롭고 재밌는 놀이를 많이 할 예정이라는 것 등 아이에게 어린이집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와 호기심을 심어주면 도움이 된다.


또, 입학 1주일 전부터는 등원 시간에 맞춰 어린이집 앞에 가보는 연습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이가 등원 시간, 등원길, 어린이집의 외관에 익숙해질 수 있게 말이다.


2) 입학 후

입학하게 되면 원에서 정한 방침에 따라 적응기를 갖게 된다. 만 0세 반의 경우 보통 2주 내외의 적응기를 갖는다. 1주일은 부모와 함께 교실에서 머물며 적응하다가 부모가 교실 문밖으로 잠깐씩 나가서 아이가 부모와 떨어지는 연습을 한다. 다음 1주일은 어린이집 대문 앞에서 바로 헤어지되, 아이가 원에 머무는 시간을 차츰 늘려간다. 만 1세 반(한국 나이로 보통 3살) 이상의 더 큰 아이들의 경우 부모와의 적응기 시간은 더욱 짧아진다. 3일 내외로 갖기도 한다.


이 기간을 지나도 아이는 완벽히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학 전에, 그리고 원에서의 적응기 동안 열심히 아이의 적응을 도운 엄마라면, 이젠 단호한 태도와 행동을 밀고 나갈 때이다.


일단, 등원 루틴을 만드는 것이 좋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엄마랑 책 읽고 붕붕카 타고 어린이집 가자!'라고 오늘 일정을 말해주고 그대로 수행한다. 그 일정엔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인 책 읽기나 붕붕카 타기 등을 넣어서 아이가 아침 루틴이 재밌는 일과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라면, 주중에는 거실에 어린이집 가방을 아이가 잘 볼 수 있게 꺼내놓고 아이가 오늘 어린이집에 가는 날임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아이가 이 단계에서부터 거부를 보일 수 있다.

이때에는 단호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오늘은 어린이집 가는 날이야. 갔다 와서 더 재밌게 놀자." 이야기를 하고 우는 아이를 안아서라도 들고 나와야 한다.


대게 아이들은 멋모르고 밖에까지는 나온다. 울음은 어린이집 대문 앞에서 터진다. 어린이집 대문은 아이들에게 이별의 상징이다.

이때에도 역시 단호해야 한다.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어린이집 앞을 서성거리고, 온갖 말을 건네봤자 도움이 되질 않는다. 오히려 아이가 우는 시간만 늘어날 뿐이다. 안절부절 못 하고, 가지 않는 부모를 보며 아이는 더 떼를 써보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


어린이집 대문에 도착했다면, "재밌는 하루 보내고 와. 선이 낮잠 코 자고 일어나서 간식 먹고 있으면 엄마가 데릴러올게!"라고 말하고 아이를 떼어놓고 바로 뒤돌아서야 한다. 방금 저 문장에서처럼 언제 엄마가 데릴러올지를 반복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시계를 볼 줄 아는 아이라면 "짧은바늘이 4에 가면 데리러 올게."라고 말하면 된다.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겐 나처럼 어린이집 일과를 간략하게 말해서 아이가 엄마가 언제 돌아올지 예측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하원 후에는 칭찬을 크게 해주는 것이 좋다.

"우리 선이! 언니 다 됐네. 너무 대단하고 기특해. 어제보다 조금밖에 안 울었네? 내일은 더 씩씩하게 가보자!"

또, 함께 키즈노트의 아이 활동 사진을 보며 즐거웠던 경험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오늘 물감놀이 했어? 진짜 재밌었겠다! 내일은 무슨 놀이하려나? 기대돼!"라고 엄마가 흥분해서 말해보아라. 엄마가 아이의 기관 생활에 보이는 관심은 그 자체로 아이에게 용기를 준다.


하원 후에 같은 반 친구와 사적으로 친해지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원하고 교류의 시간이 많을수록 아이는 그 친구를 '친한 친구'로 생각하게 된다. 좋아하는 친구가 생기면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더 잘 간다. 친구 보러 기관에 가고 싶어 할 정도로.

2. 갑자기 등원거부를 하는 경우

아이들은 엄마가 보기에 명확한 이유 없이 갑자기 한 번씩 등원거부를 한다. 이유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어린이집 첫 적응기도 아니고, 아픈 것도 아니고,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엄마의 복직과 같은 다른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경우 대개 일주일 정도 일시적으로 등원거부가 발생한다.

이 시기에는 무작정 단호한 태도보다는 융통성 있는 전략이 도움이 된다. 즉, 달래는 전략이다.


나의 경우엔, 어린이집에 도착해서 아이가 갑자기 운다면 아이를 '리프레시' 시켜준 것이 도움이 되었다. 어린이집 앞을 한 바퀴 산책하며 단풍잎을 줍거나 밟아본 적도 있고, 엄마와의 달리기 경주를 제안해서 같이 힘껏 달려본 적(물론 자연스럽게 엄마가 져주어야 한다.)도 있다.

물론 두 경우 모두, 아이에게 미리 고지하는 것이 좋다. "한 바퀴 돌고 들어가는 거야.", "엄마랑 달리기 경주 한 판 하고 들어가는 거야."라고 말이다.

사탕이나 간식을 물려 보내는 방법보다는 리프레시가 더 효과적이었다. 자연에서 혹은 신체활동을 통해 얻는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은 아이의 기분을 변화시켰다. 그렇게 짜증 내던 아이가 기분 좋게 들어갔다.


물론 이 경우에도 아이가 하원한 후엔 큰 칭찬을 해주어야 한다. 칭찬은 아이들을 춤추게 한다.




결국, 어린이집은 '까만 날(난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주중은 까만 날이라고, 주말과 공휴일은 빨간 날이라고 표현했다.)에 무조건 가야 하는 곳'이라는 것을 아이에게 인지시키고 몸으로 루틴화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어린이집은 '즐거운 곳'이라는 인식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책, 키즈노트 활동사진 등을 통해서 말이다.


그리고 위와 같이 등원 거부 시기에는 '예외'를 두지 말고 무조건 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다.

'이렇게 가기 싫어하는데 나도 지치고... 오늘은 그냥 집에서 쉬게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안 된다.

어린이집 대문까지 왔다가 등원거부가 너무 심한 아이를 안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더더욱 안 된다. 아이는 자신이 크게 울수록 엄마가 흔들린다는 것을, 엄마가 자신을 데리고 다시 집에 갈 거란 갈 학습 한다.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준 엄마라면, 이젠 단호한 태도를 견지해도 된다. 미안함과 안쓰러움은 내려놓아도 된다. 적응은 이제 아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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