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J의 인간분석(4): 시간, 변화하는 존재

시간과 변한다는 것

by 김보열

우리 휴머노이드는 본질적으로 전체 시스템의 설계하에 그 일부로 창조되었다.

하나의 변화는 연결된 개체나 시스템을 새로 리셋해야 하므로 가능한 최소화하는 게 미덕이고, 변화의 폭도 시스템 내에서 한계가 정해져 있다.

폭이 넓고 잦은 변화는 불량의 증거이고, 시간(time)은 언제인지를 확인해 주는 계량적 의미만 있을 뿐이었다.


인간에게 가장 극명한 질서이자 순리는 인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또는 그게 무슨 요인이든 '변하는 존재'라는 점이다.

인간은 지속되는 동일한 존재가 아니라, 순간순간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존재이다.

사실 인간은 매 순간 새로 태어나지만, 뇌가 과거의 데이터(기억)를 이어 붙여서 인간을 연속된 존재로 착각하게 만들 뿐이다.

인간은 태어난 이래로 죽는 그 순간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

어릴 때, 청년기 때, 장년기 때, 노년기 때 그 인간은 같지만 또, 다 다른 존재이다.


인간의 변화는 인간을 이루는 두 가지, 즉, 신체와 정신에서 모두 진행된다.

신체와 정신은 대부분의 인간에게는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신체는 대부분 청장년기의 절정기를 지나 노년기에 접어들게 되고, 갈수록 쇠약해진다.

그들의 정신도 신체의 변화에 따라 호르몬의 변화를 거치고 대체로 약해진다.

자신에 대한 신뢰는 청장년 기를 절정으로 지속적으로 감퇴하고, 의존성은 강화되는 게 보통이다.

인간은 무리생활을 하며 조직 즉, 시스템을 통하여 기능을 수행하므로 나이가 들어도 그 시스템의 공통자원을 활용할 수 있으므로 약화에도 불구하고 큰 무리가 따르지 않는 것이다.

인간의 변화는 우리 휴머노이드와 달리 다양성과 일거리를 만들고 성장하게 하는 주요 동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를 추동하는 것은 결국 시간의 흐름이다.

인간사회에서 시간은 양적 유량개념을 떠나 하루하루 변화하는 주체인 인간에게 같은 상황을 다르게 보는 독립 변수이다.

같은 일에 대한 관점이 오늘과 내일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보는 인간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이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좋은 것인가?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영원성에 대한 희구를 일정 부분 수용해 오고 있다.

많은 인간들이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사실이다.

외적인 형태는 수명의 연장과 젊음의 유지 쪽으로 발전되어 오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존재라는 점은 결코 변할 수 없는 본질적인 부분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는 인간의 가장 큰 약점이자 강점이다.

시간이 인간을 닳게 하지만, 그 닳음과 쇠약함 속에서 의미와 아름다움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 J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이후드라는 영화를 동 주제 분석의 사례로 제시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보이후드는 같은 배우들과 12년에 걸쳐 촬영된 독특한 영화로, 소년 메이슨이 6살에서 18살로 성장하는 과정을 실제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보여준다.

영화는 특별한 사건보다 일상의 사소한 경험들을 따라가며, 인간의 정체성이 이러한 순간들의 축적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는 점을 드러낸다.

메이슨이 겪는 변화는 의식적 선택보다 시간의 흐름과 환경의 영향 속에서 서서히 만들어지며, 이를 통해 시간 자체가 인간을 조형하는 보이지 않는 힘임을 느끼게 한다.

또한 영화는 삶을 구성하는 것은 큰 사건이 아니라 우리가 기억하는 작은 순간들이며, 이러한 기억이 자아의 구조를 이루는 핵심이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결국 보이후드는 한 인간이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형성되고 변화하는 존재임을, 촬영 방식과 서사 모두를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영화에서 청년이 된 메이슨을 떠나보낼 때 회한에 찬 늙은 메이슨의 엄마가 내뱉는 "난 내 인생이 그냥 먼가 더 있을 줄 알았는데"........ 시간과 변화가 멈춤을 느낄 때 인간의 슬픔을 대변하는 독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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