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카빙 국가대표 선발전 대회 당일

by 붕어빵숨니


국가대표 선발전 대회 날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점점 더 예민해졌다.


연습실에서 수없이 반복했던 손동작도

익숙하다고 믿었던 작업 순서도

막상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고 그만큼 많이 버텨왔기 때문이다.


짐을 챙기는 손끝에도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


도구 하나, 재료 하나, 빠뜨린 건 없는지 몇 번이고 다시 확인했다.


그날따라 유난히 가방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사실 무거웠던 건 가방보다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대회장으로 향하는 길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게 느껴졌다.


차창 밖 풍경은 계속 스쳐 지나가는데

내 마음만은 한 자리에 멈춘 것처럼

자꾸만 대회장 안으로 먼저 들어가 있었다.


'실수하면 안 된다.'

'침착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 걸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


그 말을 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대회장에 도착하자 공기가 단번에 달라졌다.


긴장한 사람들 특유의 침묵,

준비하는 소리, 작은 움직임 하나까지도 괜히 더 또렷하게 들리는 공간.


그 안에 들어서는 순간 나도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았다.


도구를 정리하고, 작업대를 훑어보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제는 정말 시작이었다.


신호가 떨어지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


수없이 연습했던 동선대로 손이 움직였고,

머리는 그다음 순서를 따라갔다.


하지만 대회는 연습실과는 전혀 다른 긴장감을 가지고 있었다.


손 끝 하나에도 평소보다 훨씬 큰 의미가 살리는 느낌.


작업 하나를 끝낼 때마다 다음으로 넘어가기 전에

짧게라도 마음을 가라앉혀야 했다.


중간중간


'괜찮아, 잘하고 있어.'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해가며

끝까지 집중을 놓지 않으려고 애썼다.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흘렀다.


늘 그렇듯 대회 시간은 길면서도 짧았다.


정신없이 달리고 나면

어느새 끝이 가까워져 있고,

끝이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더 조급해지는 이상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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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더 완벽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결국 그 순간만큼은 '후회 없이 끝내자'는 마음이 더 컸다.


그렇게 모든 작업이 끝났을 때

온몸의 힘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끝났다는 안도감과 결과를 아직 모른다는 긴장감이 같이 밀려왔다.


작품을 제출하고 돌아서는 순간,

나는 비로소 내가 얼마나 숨을 참고 있었는지 알았다.


그제야 겨우 긴 한숨이 나왔다.


'아까 그 부분은 괜찮았을까.'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생각은 계속 맴돌았다.


하지만 이미 끝난 일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더 이상 없었다.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그리고 마침내 결과 발표의 순간이 다가왔다.


그 시간만큼은 대회 시간보다도 더 길게 느껴졌다.


손끝은 차가워졌고, 시선은 자꾸만 한 곳에 멈췄다.


그리고 결국 내 이름이 불렸다.


'지금 진짜 내 이름이 맞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고, 주변 소리는 순간 멀어지는 것 같았다.


그 모든 시간이 한 번에 밀려들었다.


그제야 조금씩 실감이 났다.


'내가 진짜 국가대표가 되었구나.'


기쁘다는 말로는 다 설명이 안 되는 감정이었다.


벅찼고,

안도됐고,

조금은 멍했고,

무엇보다 오래 버틴 시간이 비로소 한 자리에 닿은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다른 직종에서 다시 국가대표가 되었다.


제과제빵에 이어

이번에는 푸드카빙으로 또 한 번 그 자리에 서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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