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은 망가져야 한다

by 김승희

대다수의 사람들은 계획을 하나의 교리처럼 받아들인다.
그대로 실행만 하면 목표가 실현되는, 일종의 마법을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계획은 결코 완전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계획이란 본질적으로 목표를 향한 나의 내부적 행동을 중심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예언가가 아니다.
실행 과정에서 어떤 불확실성이 개입할지 미리 확정할 수 없다.
그래서 계획은 언제나 불완전한 상태로 출발한다.
다이어트나 시험 준비처럼
외부 변수보다 개인의 의지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목표라면
계획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사업, 직업적 성취, 연구나 출판과 같은 목표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영역에서는 실력과 의지만으로 결과를 통제할 수 없다.
즉, 계획을 실행하기 이전이나
나의 의지로 통제 가능한 구간까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성취의 순간마다 반드시 개입하는
의지로는 극복할 수 없는 외부 변수들이다.
계획이 포함하지 못한 사건들은 언제나 발생한다.
뉴턴 역학에서 고립된 물체는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운동 상태를 영원히 유지한다.



이를 계획에 비유해보면,
계획이 흔들리지 않고 유지되는 동안 우리는
스스로를 고립된 상태에 두고 있는 셈이다.



계획이 마치 마법처럼 이어지고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지금의 계획은 현실과 상호작용하고 있는가,
아니면 고립된 상태로 관성만 유지하고 있는가.
외부의 힘이 작용하는 순간,
계획은 흔들린다.
자기 유지성을 잃고
수정되거나 폐기되어야 할 시점이 찾아온다.



이것은 개인의 능력 부족도,
계획의 부실함도 아니다.
오히려 목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통과해야 하는 단계에 가깝다.
계획이란
그대로 따르기 위한 경로가 아니라,
하나의 코어에 접근하기 위해 거쳐가는 임시적인 정거장이다.
목적지로 가기 위해 다음 역에서 환승하는 것은
회피나 포기가 아니다.
전략적 수정에 가깝다.



판단 기준은 언제나 단순하다.
지금의 계획을 유지하는 것이
여전히 목적지로 향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 방향에서 벗어나고 있는가.
특히 내부적 결함이 아니라
외부적 사건에 의해 수정이 요구된다면,
계획을 바꾸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래서 계획은 언제든 수정되어야 하며,
본질적으로 임시적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삼아야 한다.



계획이 세계에 의해 변동될수록
인간은 불안을 느낀다.
그러나 그 불안은 계획이 무너졌다는 증거가 아니라
비로소 현실과 마주하기 시작했다는 흔적이다.
계획이 흔들릴 때에만
목표는 관념에서 벗어나
현실 속으로 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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