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남긴 마지막 문장

그리운 엄마

by 양정회

발레 수업을 마치고 동료들과 카페에 갔다. 한 친구가 아흔이 넘은 친정엄마 이야기를 했다. 시골에서 혼자 생활할 만큼 건강하고, 얼마 전에는 함께 여행도 다녀왔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그냥 부럽다. 엄마와의 추억이 많지 않아서인지 문득문득 그리움이 밀려온다.

"밥을 푹 삶은 물이 먹고 싶다."

그 말이 엄마의 마지막 말이었다. 음력설 연휴, 위급하다는 전화를 받고 우리 4남매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 근처에 살던 여동생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밥을 삶으러 집으로 갔다.


수술을 기다리며 우리는 입 안이 바짝 마를 정도로 불안하고 초조했다. 그런데 갑자기 의료진들이 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엄마가 누워 있는 침대 아래로 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동시에 엄마의 양손이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물이 아니라, 엄마의 마지막 생이 흘러내리는 순간이었다.


의사가 말했다. "운명하셨습니다."

그 말이 우리를 보고 하는 말인지조차 한순간 이해하지 못했다. 너무 갑작스러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지병이 있어 입원은 자주 했지만, 잠시 머물렀던 수술 대기실에서, 엄마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드시고 싶다던 그 '밥 삶은 물'도 아직 가져오지 못했는데.


믿기지 않았다.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게다가 오랜 병상에 누워 계시는 아버지는 어쩌고. 엄마는 왜 그리도 먼저 가버린 걸까.

지금 생각해도 사람의 목숨이 그렇게 갑작스럽게 끝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엄마가 떠나고 8개월 후, 아버지도 결국 엄마를 따라 떠나셨다. 지금은 두 분이 그곳에서 아픔 없이 편안히 계실 거라고 믿는다.

오늘따라 엄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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