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자락 쉼터…’

by 이경오

‘소한의 얼음 대한에 녹는다’


으레 아침이면 그래 왔듯 무심결에 커튼을 걷으려다 보니, 베란다 창으로 엄습해 드는 한기(寒氣)에 그만 주춤거리고 말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침마다 지인들에게서 전해오는 안부 속에 ‘대한(大寒)’이란 글자가 빠지지 않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근래 며칠은 봄이 가까이 다가왔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제법 부드러운 햇살의 기운을 즐겼더니, 그게 섣부른 착각이었던 모양입니다. 사실 보름 전 ‘소한(小寒)’의 절기를 지나치며, 오늘 글머리에 앞세운 속담을 떠올린 적도 있었으니, 아마도 머릿속으로는 이젠 겨울도 한풀 꺾인 게 아니겠냐며 슬그머니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당분간은 매서운 한파(寒波)가 몰아칠 듯하다는 소식이니, 혹시라도 마음의 끈을 느슨하게 늦추고 있었다면 다시 한번 질끈 동여매고 마무리 겨울나기에 온 힘을 다 기울여야 할 듯합니다.


이것도 인생 2막을 즐기는 이 사람에겐 커다란 복(福)이라고 여겨야 할 터입니다만, 사는 곳 언저리에 천변(川邊)이 있는지라 자주 여유작작한 시간을 즐기곤 합니다. 사시사철 변해가는 천변의 풍광은 그동안 세상의 갖은 찌꺼기로 찌들었던 정신을 정화(淨化)시켜 주곤 하니, 이 또한 늘그막에 누리는 호사(好事)가 아니던가 싶습니다. 다만, 요즘처럼 한파(寒波)가 들이닥칠 때면 언감생심 그런 여유를 누릴 경황은 없는지라, 선뜻 천변 나들이에 나서길 꺼리게 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아마도 이런 마음들을 눈여겨 살폈던 모양인지, 다행히 천변 곳곳에는 잠시 몸을 녹이며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마련되어 있는 덕분에 오가는 이들이 잠시 들어앉아 담소를 나누곤 하니, 이 또한 소소한 행복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입니다.


‘은행도 편의점도 ‘한파 쉼터’… “언제든지 쉬었다 가세요”‘


‘한파 쉼터’ 관련 기사를 대하다 보니, 그만 천변에서의 일상까지 늘어놓고 말았습니다. 언젠가 겨울 바다를 여행하던 중에 만난 길가 정류소의 아늑함에 흐뭇하게 젖어 들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곳은 그저 막연히 버스를 기다리는 장소가 아닌, 지나던 나그네가 찬바람을 피해 느긋하게 몸을 의지하고, 생각의 실타래를 풀어볼 수 있는 아늑한 품속처럼 느껴졌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듯 지친 이들이 잠시나마 심신을 기댈 수 있는 공간이 주위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니, 그저 반가운 마음만 가득할 따름입니다.




관련 기사 : 은행도 편의점도 ‘한파 쉼터’… “언제든지 쉬었다 가세요” / 서울신문(2026.01.19.)

https://www.seoul.co.kr/news/society/2026/01/20/2026012001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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