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 발을 들여놓고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가정방문이랍시고 찾아간 한 아이의 집에서 그만 그 어머니의 서러운 눈물을 마주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이 사람이 담임을 맡았던 그 집 큰아들은 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터라, 시장에서 가게를 하신다던 그 부모님 마음이 오죽했을까 싶었습니다. 그 밑으로 아들이 하나 더 있는데 나중에 재산은 둘째에게 물려줄 생각이라며, 그 대신 부모가 모두 세상을 떠나더라도 제 형은 끝까지 잘 건사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둘 참이라는 말씀 끝에, 새파랗게 젊은 선생 앞에서 그리도 안타까운 눈물을 보이셨던 게지요. 지금처럼 SNS가 발달해 있던 시절이라면 상황은 좀 달라졌겠지만, 졸업 후 동네를 지나며 몇 차례 얼굴을 보고서 안부를 묻는 사이에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버렸고, 늘 그렇듯 그 기억 역시 추억 속의 빛바랜 한 장면으로 남아버렸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그 어머니의 눈물 속에서 보았던 자식들에 대한 애틋함은 두 아들의 마음속에도 진득하게 남아 다들 어딘가에서 잘 살아가고 있으리라 믿곤 하지요.
사실 서른여섯 해를 넘어서는 교직 생활 동안 그렇듯 흐뭇한 어머니의 모습만 목격한 건 아니었던 듯합니다. 학교 관리자의 역할을 감당하던 시절, 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탓인지 늘 기운이 처져 있는 아이가 있다는 생활지도 선생님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일이 그러했습니다. 한번은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학교 앞에 그 어머니가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서 슬그머니 동태를 살피러 나갔다가, 아이를 대하는 그 어머니의 차가운 말투나 행동을 멀리서 지켜보며 혹시 친엄마가 아닌지 의심하기까지 했지요. 세세한 집안 사정이야 알 길이 없으나, 아이가 늘 주눅 들어있었던 게 바로 저런 이유 때문인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어 담임 선생님께 더 세심한 관심을 당부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만.
‘불난 집에 세 딸 갇히자…엄마는 아파트 6층서 외벽 탔다’
급작스레 찾아온 한파에 모두가 가뜩이나 마음을 졸이고 있던 터에, 곳곳에서 일어나는 화재 사고는 더더욱 가슴을 방망이질 치게 합니다. 그런데 이번 소식은 오히려 마음 언저리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듯합니다. 불난 집에 갇힌 세 딸을 구하기 위해 아파트 외벽을 타는 위험까지 무릅쓴 한 어머니의 이야기라니, 언뜻 오래전 그 어머니의 눈물까지 떠올리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혼자서 되새김질해 봅니다.
‘어머니의 힘은 강하다…’
관련 기사 : 불난 집에 세 딸 갇히자…엄마는 아파트 6층서 외벽 탔다 / 중앙일보(202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