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잔 마시기

by 포도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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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한 시.

잠은 허락되지 않는다. 눕는 자세조차

통증이 막아선다.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있다. 고통은 늘

밤을 골라 찾아와

몇 달 치를 한꺼번에 쏟아붓는다.

발목 관절염이 침실로 향하는

발을 붙든다.

진통제도 오늘은 냉정하다.

이웃을 의식해 신음조차 삼키는 밤,

나는 이마를 괴고 앉아 통증의 결을

세어본다.


스무 해 전, 디스크 통증으로 실려 갔던

응급실,

혈압이 190을 넘던 밤,

손바닥을 관통한 드릴 자국.

육체는 오래전부터 나에게 쓴잔을 권해왔다.


며칠 전 새벽 두 시,

형님의 부고를 들었다.

그 순간, 몸의 통증과 마음의 통증이

한데 뒤엉켜

나는 인간의 한계라는 벼랑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병원에 다녀왔다.

의사 표현조차 어려운 친구,

다리 절단을 앞둔 친구.

그들 앞에서 나는 내 발목을 말하지 못했다.

지금 나는 진통제를 삼킨 채

이 밤을 견디고 있다.


발은 아프지만

나는 아직 절단을 앞두고 있지 않다.

이 밤은 응급실이 아니다.

나는 아직 걸어 나갈 수 있다.


고통은 예고 없이 오고,

울음으로 물러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는 선택한다.

이 밤을 통째로 견디기로.

입원한 두 친구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며 이 쓴잔을

끝까지 마시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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