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될 거라는 확신
아 좀 아버지 씻으세요..!!!!
"아버지한테 냄새나고 안 씻으니까 바퀴벌레가 꼬이는 거잖아요..!! 온 집안에 바퀴벌레가 기어가겠네.."
아들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해버린 것이다. 위루관을 하고 있어서 못 씻는 걸 알면서도 대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때의 그 감정은 서러움과 짜증과 절망감이었던 거 같다. 나는 바퀴벌레를 냅다 손으로 내리쳤다. 그리고 얘들은 죽고 바로 그 자리에서 알을 낳기 때문에 물티슈로 깨끗이 닦아줬고, 온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건강했던 아버지의 모습은 어디 가고 바퀴벌레조차 못 잡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변해버린 것인가..
옷거리행거에 링거를 걸어 놓고 소파에 몸을 기대시는 아버지, 얼마나 갑갑하실까..! 나는 여전히 스터디카페로 발걸음을 옮긴다. 사실상 아버지랑 같이 있으면 옆에 있는 사람도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어서 도망치는 거일 수도 있겠다. 지켜줘야 하는 가족이 힘이 빠진다는 건 큰 잘못임에도 알면서도 이 순간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얼른 밖으로 나갔다.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더욱 답답하다. 스터디카페는 항상 이벤트 기간에만 충전을 한다. 보통 6개월에 얼마 몇 시간제에 얼마씩 아주 저렴할 때 돈을 모았다가 충전을 한다.
그리고 그 스카 비용이랑 식비 같은 경우는 주말에 마트 알바를 하는데 그걸로 낸다. 평일에는 공부하고 주말에는 5시 반부터 10시까지 동네마트에서 일한다. 나는 학창 시절부터 부모님에게 "책 좀 사게 돈 좀 주세요"이 말을 하기에 조심스러웠다. 어릴 때부터 철이 들은 건지 아니면 무게를 떠 안겨주기가 싫었던 건지 나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바를 시작해 편의점, 호텔, 술집, 카페, 식당, 마트 등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봐서 그 돈으로 내 책 값, 등록금, 기숙사비, 자취비, 의식주는 거진 내가 번 돈으로 해결한 것 같다.
그래서 돈의 소중함을 어렸을 때부터 알게 됐지만, 그 돈의 소중함은 아버지를 위해서 지금까지 달려온 게 아닌가 싶다. 원래 아버지는 사업을 하셨는데, 주위에 사람이 많다 보니 인싸력이 대단하셨다. '나'에게 투자하는 게 아닌 꼭 주위 사람들을 베풀고, 도와주고 신경 써주는 아버지 모습에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1일 1 자소서, 산업분석 등 취업준비를 하고 집으로 들어갔는데, 소파에 있어야 할 아버지가 안 계시는 것이다. 아버지는 우리 퇴근 시간에 맞춰서 그 굽어진 몸으로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계셨다.. 또 하필 우리가 잘 먹는 돼지두루치기다. 오후 때 아버지 혼자 나가서 장을 보고 오신 것이다. 속으로는 정말 감사했지만, 우리 보다 아버지를 더욱 챙기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버지가 나에게 말을 하는데 나는 못 알아들었다. 아버지는 종이와 펜을 들고 써 내려가는데 "아들아 엄마 퇴근시간이니까 태워 오너라"
아버지가 나에게 "아들아", "사랑한다", "밥 먹자" 그 흔한 말도 이제는 못 듣는다는 게 슬펐다.
오늘도 침묵의 식사 시간이 되고, 아버지는 역시 코로 냄새만 맡을 수밖에 없다.
이게 평범한 집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그래서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 도대체 '평범함'이란 어떤 것일까? 나는 꼭 우리 가족 호강시켜 줘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아버지는 누워서 잠을 제대로 못 주무신다. 누우면 가래가 계속 올라와서 설친다고 한다. 계속 앉아서 구부정하게 잠을 청하신다..
다음 날 병온에서 온 문자 한 통
아버지의 수술일정 그리고 수술 당일
꼭 잘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