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움 그리고 무제
먹어도가 아닌 먹고 싶다
먹어도 먹어도 살이 안 찌면 그래도 잘 먹어서 다행인데, 아버지는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상황이라 마음이 너무 아픈 요즘이다. 아무리 경관을 투여한다고 해도 그때 그 순간뿐이며, 다 토해내는 모습에 눈물이 났다.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 가까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상태가 전보다는 나아져야 하는데.. 왜 호전되지 않고, 힘들어하는 것인가!!.. 감당치 못할 병원비와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아버지를 위해 결국 집에서 케어하기로 했다. 다시 예전처럼 집에서 수서까지 왕복으로 가고, 그 주기는 3주에 1번 올라가면 된다. 병원 가기 전 그 주까지는 우리 가족 온 힘을 합해 케어를 할 것이다. 저녁시간이 되어 우리가 밥을 먹으면 아버지는 옆에 앉아 우리 먹는 모습을 지켜보신다. 입으로 삼키지 못하는 아버지는 그릇을 들고 코로 킁킁 되며, 음식 냄새를 맡는다. 얼마나 먹고 싶을까.. 얼마나 괴로울까..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정들이 오고 간다.
(아버지 완쾌하시면,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삼겹살 먹으러 가요)
위루관을 삽입하고 있어서 샤워를 못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나갔다. 병원이나 집에 있을 때 아버지 머리를 감아주곤 했는데 목 밑에까지는 도저히 물을 적실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뭘 원하는 게 있는지 우리에게 어.. 하.. 응.. 허..라고 소통을 하신다. 가족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알아듣질 못하고, 답답해져만 갔다.
결국, 아버지는 종이에 펜을 써서 우리에게 보여준다.
"너무 괴롭다"
우리가 살면서 아픈 곳이 있으면, 병원에서 진료받고 약을 처방받고 푹 쉬면 그래도 1-2달 뒤면 완쾌가 된다.
그리고 "너무 아프다, 미치겠다 등" 이런 표현을 쓰는데 괴롭다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그것도 종이에다가.. 답답함과 짜증 남과 서운함과 분노와 원망과 미안함과 그리고 허탈함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그래도 나는 믿는다. 우리 가족이 "언젠가 다시 밝아오는 날" 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주말이 되자 아버지를 모시고 동네 한 바퀴 산책에 나섰다. 날이 많이 풀려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45kg가 되신 아버지는 옷도 입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고, 우리는 옷부터 바지까지 입혀주었는데, 몸을 만져보니 뼈 밖에 안 남으신 아버지를 보니 눈물이 금방 차올랐다.
매 순간마다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드리고자 우린 좋은 곳 이쁜 곳 애써 웃으며 아버지에게 다가간다.
아버지를 모시고 아주 멀리 떠나가고 싶다, 아무 발걸음도 닿지 않게 말이다.
"처진 달팽이(유재석&이적) - 말하는 대로" 이 제목 그대로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고 바라본다.
평일에는 어머니랑 형은 회사에 출근하고, 나는 아버지랑 같이 있다가 오후에는 스터디카페로 출근을 한다.
괜히 아버지랑 같이 있으면 되는데, 그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 나 또한 축 처지는 기분이 들어 일이 없어도 그냥.. 단지 그냥 나간다 (아버지를 피하는 것인가..) 나도 내 감정을 모르겠다.
취준 생활이 길어지고, 원하는 기업에 못 가고,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빈번해서 나는 아무 회사 공고에 계약직이나 인턴으로라도 경험을 쌓아야겠다고 생각이 들어 노선을 변경했다. 왜냐면 졸업 후 공백기가 길어지면 그 시간이 뭐 했냐고 물었을 때, 집안 사정? 절대로 안 먹힐 멘트고, 이 현실은 냉정하다.
오늘도 1일 1 자소서를 쓰고 집으로 복귀했다.
소파에 앉아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버지 옆에 슬며시 뭔가 꿈틀대고 있었다.
바퀴벌레가 아버지 손에 기어오르고 있었다...
그 순간 내 감정은 폭발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