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소통의 부재
안돼!! 제발요..!
요즘 들어 꿈을 자주 꾸게 된다. 이게 좋은 꿈이면 좋겠지만, 현실에 일어나지도 않을 법한 꿈이며, 정말 나쁜 꿈이다. 공부하는 도중에 계속해서 폰을 확인하며, 아버지의 소식을 궁금해했다.
내가 인강을 듣는 건지 아니면 뭐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온통 잡생각에 사로잡혀 책을 덮고 책가방을 정리한다. 도저히 이 기분에서는 집중이 안 된다.
나는 과연 취업이라는 걸 할 수 있을까?..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계속 1일 1 지원을 하며 관리를 하고 있는데 나를 뽑아주기란 쉽지가 않았다. 시험이나 면접이 잡힌 날에도 아버지 병간호가 최우선이라 다 포기하고 같이 동행을 했는데, 이제는 모두를 위해서라도 얼른 취업해 병원비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나는 남들처럼 가족이랑 여행 가고, 소소한 일상을 즐기지 못했던 거 같다. 누군가 나에게 말한다. "이번 여름에 가족이랑 중국 가기로 해서 비용이 꽤 들었어.." (어쩌라고!) 어디 가고 맛있는 거 먹고,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그냥 무덤덤하고, 아무 생각이 없다. 요새 하루하루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문득 친구랑 이렇게 얘기하고 소통이 되는데, 병원에 계시는 아버지는 누군가와 소통이 안 되며, 직접 종이에 써서 문장을 건네야 한다. 그래서 내가 동행하며 대신 말을 전달하곤 했는데, 요구사항이 있으면 계속 간호사한테 종이에 하고 싶은 말을 써서 전해야 한다. 살면서 말이 안 나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곤 생각했는데.. 그게 우리 아버지에게 실제로 일어나다니.. (..ㅇ.. 어.. 허.. 이게 할 수 있는 언어다)
어머니랑 형이랑 얘기를 주고받으며, 아버지가 만약 퇴원을 하게 된다면 집에서 간호를 해야 할 건지 아니면 근처 요양병원에 입원을 다시 시킬 건지 고민이 됐었다.
수서 쪽 병원에 입원하기 전 이미 부산에 있는 요양병원 및 상급병원에 진료받고 치료를 수차례 받았었다. 병이 호전되지 않아 역시 암은 큰 병원에 수도권 쪽으로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생각이 들어 병원을 옮긴 것이다. 본가에서 간호하기엔 케어해 줄 사람이랑 계속 수서랑 왕복해야 하기에 상당히 체력적으로나 현실적인 비용 문제가 너무 컸다. 우리는 고민하다가 대전 쪽 병원에 며칠 입원하게 했고, 이 병원이 수서 쪽 병원이랑 셔틀차로 이동이 가능하다고 했다. 비용은 나중 문제고 우선 아버지를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너무나도 듬직한 아버지였고, 사람들을 도와주고 늘 앞장서는 분이었는데.. 지금은 성격이 완전히 바뀌어 사람들 눈치 보며, 계속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들로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국밥에 진심인 아버지인데, 이제는 밥도, 국도 입이 헐어서 제대로 먹질 못한다. 경관식 '뉴케어' RTH를 위루관을 통해 투입을 하시는데.. 이게 배부르다기보다는 그냥 억지로 쑤셔 넣는 느낌이 강하다. 입으로 못 드시니 배에 구멍을 뚫어 호수를 연결해 삽입을 하는 방식이다. 아버지는 이제 아예 입으로 못 드시는 단계까지 와버렸다. "아버지 억지로라도 드셔야죠..! 살이 지금 엄청 빠졌어요.."
암이라는 게 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들고 주위 사람들을 지치게 만드는구나..
점점 시간이 지나 아버지의 혀와 입은 너무나도 심하게 헐어있었다.
지금은 더욱 건강이 악화되어 아버지의 몸무게는 90kg에서 45kg이나 빠지게 됐다.
지금 아버지의 몸무게는 45kg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