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떠오른 질문들. 그리고 고찰
#0 '이런 쪽은 아니구나.'
인터넷을 하다가, 종종 논쟁이 치열한 글을 만난다. 보통 어떤 (사회적)문제를 다루며 주장을 펴는 글이 그렇다. 주제가 민감할수록, 주장이 신랄할수록 온도는 뜨겁다. 분명히 필요한 영역이지만, 솔직히 무섭다. 특히 같은 플랫폼(브런치)의 글이 그러면 더더욱. '확실히 난 이런 쪽은 아니구나.' 상처 받기 싫어서, '나의 소중한 이야기'를 쓰곤 해서 그렇겠지. 옳고 그름보다는, '교감'을 하고 싶어서 그렇겠지? 글을 통해서.
불현듯 선명한 몇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1 자주 듣는 질문, 그리고 대답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은 언제 생겼어요?"
"왜 작가가 되고 싶은가요?"
주변 사람들에게 가끔 받는 질문이다. 늘 답변한다:
"이젠 그런 꿈 없어요. 글쓰는 이들은 모두 작가이니 이미 이루었습니다. 저는 만년 아마추어로 남고 싶네요."
먼저 이 사실을 알린 후에, 사연을 이야기한다. 사연이 정말 다양하지만, 결국 맥을 같이 한다: 내 마음과 감정을 잘 표현하고 싶어서. 내 이야기를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어서. 사람들과 교감하고 싶어서. 이 소원을 다 이루고 싶어 시작했다. 글쓰기를.
#2 짧은 강연, 길게 남은 질문.
몇 년 전, 중학교 3학년 친구들 특별활동 시간에 강연을 한 적이 있다. 40분. 결국 내 이야기 하는 시간이었다. 주제는 뻔했다. '꿈을 찾고 간절히 노력하면 이루게 된다!' 언제 어떻게 꿈을 발견했으며, 어떤 노력을 기울였고.. 짜잔! 이만큼 이루어서 여러분 앞에 서 있답니다! 여러분도 도전해 보세요! .. 당시, 땀까지 뻘뻘 흘리며 열변을 토했다. 진심이었으니까. 이게 최선의 길이며 내 경험이 이들에게도 유익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강연 뒤 질문 시간에 한 친구가 손을 들었다.
"선생님은 성공했다고 생각하세요?"
활짝 웃었다. 정말 좋은 질문이다. 살아있는 질문이다. 이번엔 내가 되물었다.
"오.. 근데 친구가 생각하는 성공이 뭔데?"
그 친구가 글쎄요, 라고 얼버무린 기억이 난다. 나도 잠시 생각했다. 뒤이어 답했다.
"그토록 하고 싶던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으니 적어도 하나는 성공한 거지."
#3 가르침이라.. 부끄럽다. 그런데 왜?
그날 강연이 자주 떠오른다. 그 순간마다 느끼는 감정은 '부끄러움'. 그리고 40분보다 더 오래도록 생각나는 질문, "선생님은 성공했다고 생각하세요?" 진지함과 호기심 잔뜩 어린 눈동자도 함께 따라온다. 그런데 왜 계속 부끄러울까? 그날,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자'는 순수를 잃고 가르치려 들어서 그렇지 않을까? 저 질문이 계속 생각나는 까닭은, '본질이 무엇이냐'고 되물어 그렇지 않을까(이젠 구태의연하게 가르치고 싶지 않다. 그럴 자격도 없거니와, 양심이 부끄러워 한다.)? 끊임없이 생각해보며,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조금 더 명징하게 알았다. 결국 다르지 않다. 처음,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본질.
그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우리 함께.
논쟁보다는 교감하고 싶다. 우리 함께.
#4 소박한 소원
곁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과 함께 한다면. 혹은 여기 이 곳에 당신께서 찾아와 특별하지 않은, 당신에게도 있을 법한 내 이야기들을 읽어준다면. 금세 잊힐지라도 잠시나마 공감해준다면. 그에 만족하고 기뻐하리라.
글을 통해 모니터 너머, 혹은 스마트폰 너머로 우리가 마주 앉으면 좋겠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면 좋겠다. 시끄럽지도, 붐비지도 않게. 더할 나위 없이 차분하게. 속 깊은 사연을, 군데군데 맺힌 응어리를, 앙금을 나누고 싶다.
마음을 열어 진실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삶.
그런 삶을 소원한다.
사람을, 사람들을 만나 진솔하게 이야기하고픈, 사람이 몹시 그리워지는, 지금.
이메일 - Seryuah@naver.com
*모든 독자님께 열려 있습니다 ^^
사진 출처
http://pixabay.com (이하 작가명)
마지막: pixcel2013(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