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는 가고 싶은 곳도 되고 사람도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아 앞에 목표만 보고 달렸다. 신나고 설레고 도전하고 싶고 뭔가 이루어 나가는 듯했다. 내 한계를 뛰어넘으면 좀 더 성장한 내가 된 것 같았다.
큰 시련을 두 번 겪고 나니 목표가 굳이 필요 있나 싶었다. 목표가 있어도 암같이 몸이 아프고 나면 이룬 것도 이루고 싶었던 것도 부질 없어진다.
회사에 잘 다니고 다음 프로젝트나 잘하고 눈에 거슬리는 팀원이 있어도 날뛰게 두고 보면 알아서 지치거나 다들 알고 있다는 것도 알고.. 모기지나 갚고 소소한 용돈으로 주말에 카페 가서 브런치나 하는 게 낛이지 뭐 아주 유명한 디자이너가 되고 싶지도 않고 뭐 딱히 엄청난 삶의 목표가 없고 그걸 생각하는 것도 차 귀찮고 부담스럽다.
다들 나처럼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난 뭐 만족하긴 하는데 우리 상담 선생님은 작은 목표,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목표라도 세워보라 하신다.
목표를 세워두고 그것을 지키지 못하거나 이루는 과정이 더디었을 때 나 자신을 재촉하고 자기 비난으로 점점 더 의욕이 없어져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것이 두려워 목표를 세우는 것이 사실 두렵다. 10개 중 9개를 해내고 1개를 못하면 그 1개에 빨간 줄을 두세 번 긋고 왜 이걸 못했는지에만 탓한다. 9개 해낸 것에 9개의 노란 칭찬 별표를 줄 수 있는데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목표도 계속되는 시험관 실패로 기대조차 이젠 하지 않고 다음 차수를 시도하고 영어를 좀 더 잘하고 싶은 공부 목표도 급할 땐 번역기가 편하다. 엄마가 보고파도 갈 수가 없다.
남들에게 쉬운 것이 나에겐 이리 어렵나 하다가도 나에겐 너무나 쉬운 게 남들에겐 너무나 어려울 수 있다.
다들 어찌 목표를 세우고 빽빽한 노트를 채워나가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