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보지 않은 것에 대하여
“개구리를 구워 먹어보고 싶어.”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튀어나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갑자기 신랑이 말했다. 개구리를 먹어보고 싶다니? 물론 나는 개구리를 먹어보았다. 비록 35년쯤 전이지만 그 맛은 기억난다. 내가 놀란 이유는 먹어보고 싶은 것이 개구리여서가 아니다. 나는 낯선 먹을거리가 있다면 기회가 닿는 대로 먹어보는 타입이다. 근데 신랑은 늘 먹던 것만 고집하는 사람이기에 개구리를 먹어보고 싶다는 그의 말이 신선했다. 이 사람이 웬일이지? 신랑의 변화에 나는 반색하며 먹어보면 되지! 하며 부추겼다. 마음이 바뀌기 전에 빠르게 개구리를 주문했다.
요즘은 허가 없이 개구리를 직접 잡아먹는 것은 불법이다. 포획하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인이 개구리의 종을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다. 관심이 많은 나조차도 야생 개구리를 보고 알아볼 수 있는 종류는 대여섯 가지뿐이다. 이 추운 겨울에는 잡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굳이 고생을 해가며 불법을 저지르고 싶지는 않았다. 다행히 인터넷에는 식용 북방산개구리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신랑이 처음 먹는 것인데 조금 더 비싸더라도 맛있게 먹어볼 수 있도록 가장 살찌고 통통하다는 알배기 암컷을 500g 주문했다. 500g이면 열 마리 남짓일 텐데 78,000원으로 확실히 비싸다. 이 가격이면 겨울이라 기름이 오른 대방어를 사 먹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래도 먹는 것만 먹는 신랑이 먹어보고 싶다는데 못 쓸 가격도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친정집 마당에 불을 피워 개구리를 구워 먹기로 했다.
목요일 저녁에 주문했으니 토요일 전에는 도착할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토요일 12시가 넘었는데도 택배는 속초에서 간선하차 상태다. 일요일에는 택배 배달을 하지 않으니, 나의 계획이 어긋날까봐 마음이 초조해졌다. 물류센터로 직접 찾으러 가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다행히 3시쯤 택배 도착 문자가 울렸다. 우리는 빠르게 친정집으로 향했다.
친정집에 도착하니 문 앞에 하얀 스티로폼 박스가 놓여있다. 저 박스 안에 개구리가 들어있을 것이다. 박스를 툭툭 쳐보니 속에서 뭔가 뛰는 소리가 들렸다. 개구리다. 예상은 했지만 살아있다. 박스를 열자마자 튀어나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으로 조심히 박스의 뚜껑을 열었더니 다행히 개구리들은 양파망에 들어있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긴장한 탓에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엄마가 얼마 주고 샀냐고 묻기에 78,000원이라고 하니, “그 돈이면 소고기를 사 먹는 게 낫겠다.”라며 코웃음을 쳤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팔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신랑의 세계를 좀 더 넓힌다고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
신랑은 개구리를 보자마자 신이 나서 마당 한쪽으로 불을 피우러 갔다. 우리는 친정집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일이 잦기에 친정집 창고에는 늘 숯이 갖춰져 있다. 숯이 없으면 부러진 나무들을 주워 모아 불을 피워도 된다. 불을 피우고 새빨개진 숯불 위에 불판을 올린다. 우선 덩어리째 사 온 저렴한 돼지고기 뒷다릿살을 구워 마당의 고미와 고양이들에게 던져주고 불판에 기름을 먹였다. 엄마는 너희가 알아서 구워 먹으라며 손을 떼셨고, 신랑은 어떻게 구워야 하는지 모르기에 내가 두 팔을 걷고 나섰다. 통째로 구워 먹어보고 싶다고 한다.
나도 오래전 일인 데다 매번 아빠와 아저씨들이 구워 손질해 준 다리만 먹어봤기에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일단 개구리를 기절시켜야 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개구리 다리를 잡고 단단한 곳에 머리를 부딪혔던 게 기억났다. 개구리를 잡으려고 양파망 속에 손을 넣으니, 축축하게 달라붙는 느낌이 썩 유쾌하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신랑은 그런 나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이럴 때는 늘 그렇듯, 먹자고 한 사람보다 먹여주는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하게 된다.
뒷다리를 잡은 채 바닥의 벽돌에 머리를 가져다 대고 눈을 질끈 감은 채 손을 휘둘렀다. 개구리는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뒷다리를 쭉 뻗었다. 일은 금세 끝났다. 나는 속으로 연신 ‘미안해!’를 되뇌었다. 신랑은 ‘오...’하고 감탄사를 흘렸다. 감탄의 대상이 내가 아니라 상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왠지 우쭐해졌다. 차례차례 기절시킨 개구리를 불판 위에 늘어놓고 위에 소금을 살짝 뿌렸다. 굽는 건 신랑에게 맡긴다. 이제부터 나는 훈수만 두면 된다.
오래된 기억과 유튜브에서 봤던 개구리 구이는 탄 것처럼 바짝 익혔던 것이 생각나서 바짝 구우라고 신랑에게 말해두고 화로 앞에 앉았다. 주말에 쌍둥이자리 유성우가 절정일 거라고 해서 겸사겸사 인공 불빛이 적은 친정집으로 왔는데 기대와는 다르게 겨울비가 온다. 이래서야 유성우는 구경도 못할 것 같다. 그나마 따뜻한 숯불 덕에 춥지 않다. 아들은 우리 옆에서 이불에 돌돌 싸인채 자리 잡고 앉아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면서 신랑과 내가 하는 것을 가끔 쳐다보았다. 숯불이 타닥타닥 튀는 소리와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아들의 핸드폰에서 나는 뿅뿅 거리는 게임 소리를 빼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조용하다. 숯불이 튀는 소리가 포근했다. 우리는 조용함을 즐기고 있었다.
개구리가 반쯤 익었을 때 집에서 엄마가 나오며 다 구워졌냐 물었다. 아무리 봐도 몸통은 아직 덜 익은 것 같다고 하니 다리부터 천천히 떼먹으며 구우라고 하셨다. 다리는 다 익은 것 같아서 얼른 다리를 떼어 신랑에게 건넸다. 건넨 개구리 다리를 뼈째 씹어먹더니 신랑이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신랑의 표정을 보니 오래되어 내 기억이 틀렸던 건지 의문이 들었다. 나도 얼른 다리 하나를 발라내어 입에 넣고 씹었다. 내 기억은 틀리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는 맛 그대로다. 살짝 비릿한 닭고기 같기도 하면서 악어고기와 비슷한 맛. 신랑에게 다리 살만 발라내어 입에 넣어주니 음~ 하며 씹는다. 표정은 여전히 오묘하다. 아들에게도 다리 살만 입에 넣어주니 몇 번 씹다가 뱉더니 자기는 안 먹겠다고 한다. 맛이 이상한 것도 아니고 그냥 개구리라서 싫다는 아들의 말에 꺄르르 웃었다.
몸통이 다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엄마가 개구리를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처음 알게 되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외갓집은 전라남도 깡촌의 작은 마을에 있었다. 봄이면 병아리와 오리 새끼를 사다 키워 잡아먹던 시골집이었다.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에 더해, 외할아버지는 전라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미군 물품 장사를 하셨다. 어릴 적 엄마의 주식은 밥이 아니라 설탕 젤리일 정도로, 외갓집은 그 작은 마을에서 단연 가장 잘 사는 집이었다. 반면, 엄마의 아랫집 아저씨와 아줌마는 동네 소작일과 허드렛일을 하시며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늘 끼니를 걱정하는 그 집의 세 아이는 이상하게도 얼굴이 반질반질했다고 한다. 어느 날 엄마가 아랫집에 놀러 갔는데 어린 동생들이 배고프다며 형에게 칭얼댔다. 그러자 형은 망설임 없이 동생들의 손을 잡고 개울가로 향했다. 엄마는 호기심에 아이들을 쫓아갔는데, 아랫집 형이 엄마에게 동생들을 맡기고 개울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뻣뻣한 기다란 풀에 주렁주렁 개구리 코를 꿰들고 나왔다. 아랫집 형은 다시 동생들을 챙겨 집에 와서 그 개구리를 구워 동생들을 먹였다. 엄마에게도 권했지만 놀라서 안 먹겠다고 했고, 자기도 배가 고팠을 텐데 동생들부터 챙기던 그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엄마에게 개구리는 먹을 수 없는 것이었고, 아랫집 아이들에게는 먹어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날 저녁 엄마는 외할머니에게 아랫집 애들이 개구리를 잡아 구워 먹더라며 낮에 본 것을 얘기했다. 외할머니는 가만히 이야기를 듣더니 보리쌀 한 바가지를 퍼 엄마 손에 쥐여주며, 아랫집에 가져다주라 하셨다.
엄마의 옛날이야기를 듣는 동안 몸통이 다 익어서 신랑에게 주었다. 나는 안 먹는다. 예전에도 잘 구워 손질된 다리만 먹었고, 이후로도 먹을 계획은 없다. 개구리를 손에 쥐고 한참 눈싸움을 하더니 큰마음 먹었는지 한입 덥석 물었다. 나는 희귀한 동물을 보듯 신랑을 바라보다가, 손에 남은 것까지 먹어 치운 그에게 소감을 물었다. “이상해. 모르겠어. 유튜브에선 크림 같다고 하던데.” 그러더니 불판 위에 남아있는 그것들에 손을 뻗었다. 평소에도 음식 남기는 걸 싫어하는 신랑이 몇 마리 더 먹더니 비장하게 말했다.
“앞으로 소고기 사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