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접어 종교를 버렸다. 종교를 믿었다. 너와 나는 운명이라며. 옷은 잘 접혀 놓여있는데 입을 사람이 없다. 죽으면 흙이 되지. 그걸 네가 없어진 후에나 깨달았으니. 어리석다. 신발장 밑에 네가 놓았던 작은 단지를 보았다. 너는 진작에 날 위해 종교를 접어놨었구나. 나도 이제야 접어놔본다. 보기 좋게. 어느 방향에 기도를 해서라도 너의 행복을 빈다. 나에게 더 이상 종교는 없다.
오늘도 머리를 잘라보았다. 내게 없는 너를 잘라보내는데도 자꾸 자라난다. 이제 나는 아무것도 믿고 싶지 않다. 종교에 눈이 멀어 너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야 깨닫는다. 나를 감싸는 그 모든 것이 종교라고. 날 감싸주었던 것은 너였으니, 이제 나는 너무 춥다. 너에게는 나보다 더 끈적이는 것이 널 감싸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