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아줌마
"그러니깐 안 도망가고 살았지"... "뭐, 자식 보고 살았지?"
"아니야, 난 이 남자가 좋았어 자식보고 안 도망갔다는 그런 소리는 안 해"
치료받으러 내려가는 내 발걸음을 멈칫하게 만드는 고창 아줌마의 솔직한 말소리....
주간 재활 다니며 뇌병변 장애 2급 아저씨를 간병하는 보호자 아줌마 게다가 작년에는 아저씨가 폐렴까지 와서 중환자실을 들락거리다가 나왔다고 한다
다 죽어가는 아저씨를 살려놓고도 고비를 몇 번씩 넘기고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저씨가 인지라도 제대로 돼서 "자네, 고생하네" 한 마디 해 줄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그런데도 아줌마는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한다
" 이 사람은 신혼 때부터 아프기 전까지 '야', '너'라고 한 번 불러본 적 없는 사람이야 다정스럽지는 않았어도 한 번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고, 항상 내편이었어"
고창 아줌마가 아저씨를 떠날 수 없고 자발적으로 돌보는 이유라면 이유다
"이 사람은 아프기 전에 날 데리고 항상 여행 다녔잖아. 난 아무것도 준비 안 했고 신랑이 다했어. 이제는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야 하지만..."
또 다른 환자분 보호자가 하시는 말씀이다
사실 배우자를 돌보는 사람들이 달리 이유가 있어서만 돌보는 것은 아닐 테지만, 다들 나름대로 당위성을 찾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왜 나여야만 하는지"에 대한 정당화를 말하는 것만 같다
이유가 없어도 이유가 있어도 장기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들은 위대하다. 특히나 우리 같은 중도 장애인들의 경우 처음 수술 단계에서 회복해서 재활까지 그 모든 과정을 함께 해준 보호 자니깐 말이다
마라톤으로 비유하면 훌륭한 러닝 메이트들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완주는 거의 불 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