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기록 003

디깅-2023.10.07(토)의 단상 첫 번째

by 요나윤

엄마로부터 들은 얘기로 아버지의 아버지, 그러니까 나에게는 "친할아버지"인 분은 아버지가 당시 다니던 일터에서 정년이 되어 퇴사하고, 다른 지역에서 오퍼를 받아 이동하려는 준비를 할 때쯤 돌아가셨다고 했다.


내 기억으로는 구체적인 숫자도 아니고 그저 대략 몇 년 전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건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삼남 이녀 중 맏이의 자식들인 나와 내 동생은 참석하지 않았고, 아버지의 고향이고 할아버지가 생전에 사시던 부산의 한 장례식장에서 모든 일정이 끝난 후에야 엄마에게서 장례식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 없다고는 해도 아버지의 가족사 역시 만만치 않은 사연을 자랑(?)하는데, 아버지도 아버지의 아버지가 필요할 때 할아버지의 무책임함에 상처를 받았고 1955년생 남성의 일흔 평생 동안 그 상처를 안고 있다는 방증이라도 하듯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아버지가 내뱉었다는 말은



“(노친네) 끝까지 안 도와주네.”.



엄마도 아버지의 가족이라면 진절머리를 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에게 그런 말 말라고 다독이고서는 부랴부랴 이동계획을 바꿨다고 했다.




지금 내가 일하는 곳은 하반기 이맘때에는 주말이고 뭐고 할 것 없이 정신없다. 그냥 내가 일복을 타고난 건지 뭔지 이젠 분간도 안될 정도로 일만 하게 되면 나는 늘 바빴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그중 지금 일하는 곳도 정말 만만치 않은 데다가 올해 하반기에는 내 건강이슈도 있었고, 스케줄을 맞추는 것만 해도 몸이 다시 축날 지경이다. 연휴고 뭐고 책임감 이거 누가 알아준다고 병원 간다고 반차 쓰고, 암이 아닌 게 다행이지만 시술한다고 연차 쓴 일정만큼 처리 못한 거 메우겠다고 추석연휴에도 이틀을 나가고.


거기다 일 년 전 아버지 건강도 문제가 있어서 지금은 지방의 어느 요양병원에 계시는데, 올해 상반기 말쯤 그 상태가 더 나빠져서 연명치료가 무의미한 상황이라 사실 임종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오늘 토요일에도 유방외과 시술 후 마지막 진료를 보고, 일이 주 만에 영어학원에 다녀오고, 이후 시간은 회사에서 보내고 있는데 종일 머리가 무겁고 미열이 있는 와중에 엄마의 전화가 왔다. 전화기 너머의 엄마는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는 것 같았다. 당장 내일 아버지 임종면회를 지방의 동생네 부부와 갈 예정이라고.(동생네 부부도 부모님 댁에서 두 시간은 걸리는 거리이다.) 이틀 전 상태가 또 악화됐는지 병원에서 급하게 연락이 왔다고 했다. 이번에도 ‘운 좋게’ 좋아지지 않으면 정말 끝인 건지 면회 앞에 임종이라는 단어가 붙은 게 나한테도 적잖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어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당시의 아버지 심정이 하필 이해되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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