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by 우동

구수한 정취하면 단연 시골을 따라올 데가 없다. 그곳은 낮은 지붕 아래 바람이 느리게 걷는 곳이다. 들이쉬는 숨에 흙내음과 바람이 포개진다. 내쉬는 숨에 엉켜있던 호흡이 고요하게 흩어진다. 거칠지만 자꾸 정이 드는 질박한 풍경과 인심. 저 멀리에서는 리듬감 있게 누구네 개가 멍멍 짖는 소리 들린다. 한낮에는 분명 하늘이 아득히 높았는데 한밤에는 쏟아지는 별빛이 손 닿을 듯 가까이 떨어지는 것만 같다. 이따금 야생의 벌레들이 우리 몸에 닿으면, 솜털의 예사롭지 않은 감각이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러다 엄마야 우는 소리를 내며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른다. 우리가 시골을 찾게 되면, 소박하고 담백한 시골의 그 모든 것에 감화되어 한 명의 시인이 되기 십상이다.


많은 곳에 인류가 분포되어 있지만 시골 동네는 사람 냄새가 더 진하다. 수많은 미디어에서 시골이라는 공간은 현대인의 잃어버린 시간과 감정의 메타포로 사용된다. 시골은 늘 도시의 반대편으로 그려진다. 도시가 과잉이라면, 시골은 결핍이지만 오히려 충만한 공간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 속에서, 자연과 인간이 함께 숨 쉬는 시골은 우리에게 정화와 회복의 서사를 부여한다. 낯선 타인이 이웃이 되어 밥을 나누어 먹고 이름을 기억해주는 세계는 소멸된 인간관계를 다시 정의 교류로 이어붙인다. 시계가 아닌 계절에 맞추어, 자연의 순환에 따라 사는 삶을 통해 미처 몰랐던 흉터에 눈을 뜨고 치유가 시작된다. 본래의 나, 순수했던 시절, 시시한 고을까지 먼 길을 떠나야 겨우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사실은 그 언제나 알아주길 바라며 우리 곁에 있던 것들인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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