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아무도 오지 않은 날

by 이영주

그날은 이상하게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았다.


딸랑_하고 울려야 할 종소리는 잠잠했고,

라디오는 평소보다 조금 크게 들렸다.

사람이 없으니,

소리들이 괜히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꽃들은 늘 그렇듯 제자리에 있었다.

물을 주고, 시든 잎을 떼어내고,

괜히 정리를 한 번 더 했다.

누가 볼 것도 아닌데

괜히 예쁘게 놓고 싶어졌다.


'오늘은 그런 날인가 보다

아무 이유 없이 조용한 날."


나는 의자에 앉아

마음도 가라앉힐 겸

불투명한 흰구름을 호호 불며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손님이 없는 날은

꽃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 된다.


그동안 만났던 얼굴들이

이상하게 하나씩 떠올랐다.

해바라기를 안고 가던 어르신,

튤립 앞에서 망설이던 사람,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던 손님들.


그들은 다 갔는데

그날의 마음은

아직 이 가게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꽃 한 송이를 집어 들었다.

팔 기 위한 꽃이 아니라,

그냥 오늘의 꽃.


아무도 오지 않았던 날에도

하루는 지나가고,

가게는 그대로였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하루가

조금 고마웠다.




가끔은

조용한 하루도 좋다.


그래도 시간은 가고,

하루는 또 지나간다.


그러면 내일의 하루가

다시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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