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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지워지지 않는다, 다만 '회복'할 뿐

이순신 장군에게 배운 버티는 힘 <물리학 용어가 내 삶을 설명한다.>

by 반백수 남편

회복 탄력성(Resilience)


물리학 용어였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외부의 힘으로 찌그러지거나 변형된 물체가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

이 단어가 쉰을 넘긴 제 삶의 모든 페이지를 설명하고 있더군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나 스트레스를 겪은 후에도 심리적 균형을 되찾아 원래대로 돌아가거나, 심지어 더 잘 적응하는 능력 말입니다.


저는 이 회복 탄력성이 우리가 '성공'이라는 결과물 대신, '실패의 연속'인 삶 속에서 다시 도전하고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힘이라 믿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피어난 꽃, 마이클의 비밀


미국 심리학자 에미 워너(Emmy E. Werner) 박사의 1954년 하와이 카우아이섬 연구는 유명합니다.

몹시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난 201명의 아이를 추적한 결과였죠.

마이클이라는 가명의 아이는 빈곤과 가정 문제 속에서도 명랑했으며, 결국 명문대에 장학생으로 진학했습니다.

마이클을 포함한 72명의 아이가 성공적으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유전이나 천재성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성장 과정에 ‘이들의 입장을 조건 없이 이해해 주고 응원해 주는 어른’이 있었다는 공통점.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혹은 친척까지.

나를 '편견 없이 지지해 주는 단 한 사람'이 평생의 회복 탄력성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저 또한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자식을 존중하고 사랑으로 키워주신 아버지, 어머니 덕분에 마이클만큼 단단한 심지를 가졌다고 자부합니다.

현재를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고, 또 행복하다고 믿고 사는 삶이 그 증거입니다.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저는 망설임 없이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난중일기 속 이순신의 '인간적인' 회복 탄력성.


우리나라 최고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 [난중일기]를 읽다 보면 그가 초인적인 영웅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오히려 큰 위로를 받습니다.


[난중일기]에 기록된 외로움에 혼자 좁은 배 밑 공간에서 쪼그려 앉아 시간을 보냈다는 기록이 57차례입니다. 또 아프다고 기록된 것이 156차례입니다.


옥에 갇히고, 어머니를 잃고, 아들을 잃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그의 몸은 계속 고장 났습니다.

하지만 전투에 나섰을 때는 단 한 번도 물러서지 않고 23전 23승을 이뤄냈죠.


그의 회복 탄력성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난중일기에 기록된 가족에 대한 애정, 자신을 사랑으로 키워준 어머니에 대한 간절한 사랑이라 생각합니다.

극한의 시련 속에서도 지켜야 할 존재가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생의 폭풍우 속에서, 우리를 튕겨 나가게 하지 않고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단 하나의 힘.

그것이 회복 탄력성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나라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버텼다면, 평범한 중년 남자는 한 여자의 차가운 거절 앞에서 13년 동안 버텼습니다.

하하! 이순신 장군님과 저를 비교하는 망발을 한 점 사과드립니다. 극적 연출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다음 편에서는 저의 지독했던 13년 구애의 '흑역사'가 어떻게 지금의 행복한 삶을 만들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어쩌면 제 삶 자체가 회복 탄력성의 극단적인 실험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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